고금리로 AI 투자 위축 시 반도체 수출 중심 우리 경제 성장 타격 우려
중동전쟁 장기화와 정부 재정 부담 증가가 금리 상승 주요 원인
[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2%까지 상승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 국고채 10년물은 4.5%를 넘겼고 일본 10년물은 3.1%를 터치했다. 영국 국채 10년물도 5.4%에 근접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금리 급등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 우려와 정부 재정 신뢰 약화가 지목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미국 전쟁부는 중동전쟁에 451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비용은 1000억 달러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정부의 지불 능력에 대한 우려가 채권 약세로 이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도 국방비 등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역시 채권 시장 수급 불균형을 야기한 요인으로 꼽힌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그룹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CNBC에서 올해는 인플레이션보다 채권 발행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설비투자로 채권 발행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비용을 늘리고 자금 조달 여력을 떨어뜨려 경기 개선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원·김민수 연구원은 10년물 금리의 기술적 상단 레인지를 5.30~5.60%로 제시하며, 5.3%를 넘어서면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는 최근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자본투자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라클 등 5개사의 합산 자본투자는 2023년 1500억 달러에서 올해 7350억 달러로 3년 만에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상장기업 설비투자에서 AI 관련 기업 비중은 2024년 한국이 26%로 미국(23%)보다 높으며,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는 5% 미만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투자 확대 속도가 영업현금흐름 증가를 앞지르면서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과 사모신용 활용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기업의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데이터센터 건설로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바닥났으며, 금리 상승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 투자가 위축되고 반도체 수요도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출액이 감소해 우리 경제 성장세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리지만, 미 국채금리가 5% 중반대까지 오를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중론이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금의 성장세는 반도체 수출이 중심이기 때문에 현재 금리 수준이 큰 부담은 아니지만, 추가 상승 시 소비와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