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연락 끊긴 주민들 명절을 평범한 휴일로 인식
사회적 단절 심화로 쪽방촌 거주민 60% 가족 연락 없어
[뉴스토피아 정인옥 기자]추석을 앞두고 서울 시내 곳곳이 명절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쪽방촌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대문 쪽방촌에 거주하는 64세 윤모씨는 명절이 가족과의 단절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는 대형 마트나 편의점 대신 작은 구멍가게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추석 선물세트나 손님도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골목에는 쪽방상담소가 내건 '명절 음식 만들기 참여자 모집' 안내문이 명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반면, 인근 도심에서는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추석 선물세트가 진열된 마트가 손님들로 붐볐다.
쪽방촌 거주민들은 명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밝혔다.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이들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연락을 피한다고 전했다. 5년째 쪽방촌에 거주 중인 김모(60)씨는 가족과 연락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절이 되어도 가족과의 만남 대신 동네 이웃들과 술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모(64)씨는 명절에 가족 생각이 난다면서도,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돈의동 쪽방촌 거주민들 역시 명절이 평소와 다르지 않은 휴일이라고 했다.
3년 전부터 쪽방촌에 살고 있는 정모(55·여)씨는 어릴 때 가정불화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명절이 되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가족이 한 번 모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거주민 중 '가족·친지와 만나거나 연락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60.6%에 달했다. 1~2명은 32.2%, 3~5명은 4.7%였다. 이 비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남성이 여성보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2024년 기준 서울 5개 쪽방촌(영등포, 서울역, 돈의동, 남대문, 창신동)에는 227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3577명, 2021년 2755명에서 감소한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