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았다. 서울고법 민사27-2부는 배우 문성근, 방송인 김미화, 영화감독 박찬욱 등 문화·예술인 36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세 피고가 각 500만 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1심은 소멸시효 문제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불법행위가 이명박 정부 기간 내내 계속됐다고 판단해 소멸시효를 이 전 대통령 임기 종료일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등재 및 관리 행위가 계속적 불법행위이며 정신적 피해도 블랙리스트가 존속하는 동안 지속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2009년 국정원은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연예인들에 대한 압박을 시행했다. 해당 TF는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인사조치 유도 등으로 비판적 인사들의 배제 및 퇴출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제 대상에는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김여진,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김미화, 김제동, 김구라,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5개 분야 82명이 포함됐다. 이 중 36명은 2017년 11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전직 대통령들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문화예술인의 활동이 제한된 점을 법적으로 확인받고자 했다.
재판은 당초 단독 재판부에서 합의부로 이송되어 증거 제출 과정을 거쳤다. 약 2년 만인 2019년 11월 첫 변론이 이루어졌으며, 1심은 2023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화·예술인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행위가 불법이며, 공무원들이 법치주의와 적법절차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원고들이 생존 위협과 추가 제재 압박을 받는 등 장기간 고통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법치주의와 국가 예술지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