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교육 시대
'게임' 사교육 시대
  • 남희영 기자
  • 승인 2018.05.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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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왜 청소년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나?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TV나 라디오가 아닌 유튜브 동영상을 주로 보는 Z세대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더라도 만화영화나 개그 프로그램보다 스마트폰으로 게임 영상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불량 청소년이라서가 아닌 시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게임에 빠져 아이가 굶어 사망하도록 방치한 부모나, 폭력적인 게임을 하다 뛰쳐나가 흉기를 휘둘렀다는 황당한 뉴스들이 실제로 들려오기 때문에 게임중독을 우려하기도 한다.

일상생활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과도한 중독 상태를 질병으로 보자는 의견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는 TV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바보 상자’라고 불렀던 것과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 또한 흥행하는 대세 게임으로 알려진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 등도 e스포츠 대열에 합류하면서 ‘게임 사교육 학원’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e스포츠 시장과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4차산업혁명시대의 각광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게임 자체가 사회적 문제라는 시각 보다는 게임이 왜 청소년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원인부터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 ⓒ123rf/주간시사매거진

Z세대 대중문화 게임, 하거나 보거나…실력이 곧 ‘인기’

가요나 드라마, 영화, 유행 등 대중문화는 특정 사회나 계층을 넘어 대중이 공통으로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로 그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텔레비전과 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를 수단으로 많은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 한꺼번에 전달되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게임 문화도 활성화된 지 오래다. 온라인 게임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린 대중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최근 유튜브,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방송하는 1인 크리에이터가 각광을 받으면서 게임을 중계하는 연예인이나 유튜버들도 인기다. 게임을 잘 못하더라도 일종의 응원처럼 중계를 즐겨보고 자신이 알고 싶은 것들을 유튜브를 통해 검색한다.

이처럼 TV보다 스마트폰이 훨씬 가까운 요즘 젊은 세대들을 Z세대라고 한다. 이들 사이에서 게임은 매우 큰 관심사여서 게임실력으로 인기나 권력을 얻기도 한다. 수십억 연봉의 프로게이머가 선망의 대상 일만큼 e스포츠산업이 확장되고 억대 수입을 자랑하는 유튜버들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어른들은 잘 모르는 인기 유튜버(Youtuber·유튜브 영상 제작자) '보겸'(본명 김보겸·30)의 인기는 Z세대 사이에선 방송인 유재석 못지않다. 게임 방송을 기본 콘텐츠로 하는 보겸은 22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가 221만명,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8억뷰를 넘는다.

그러나 상품화된 대중문화에 대중이 흥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다루면 문화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전 연령층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들이나 청소년을 주요 고객으로 상대하는 업체들은 신규 고객 유가 더 중요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꼭 옳은 길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각광받은 게임산업…학원도 등장

▲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인간 대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프로게이머 송병구(세계1위)가 세종대 AI 'MJ봇'과 대결하고 있다. ⓒ뉴시스

게임을 매개체로 PC와 모바일 등 전자장비를 활용해 지적능력과 신체적능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 1세대인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이제는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이하 '롤')와 '오버워치(OVERWATCH)'까지 한국 e스포츠는 축구로 치면 언제나 우승권에 속하는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e스포츠란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타 영상 장비 등을 이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로 지적 능력 및 신체적 능력이 필요한 경기이다. 1990년대 말 게임 및 전자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한 e스포츠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았으며,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게임 수출액이 37억 7000만 달러(약 4조 40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야말로 수출 효자가 아닐 수 없다. 또한 2016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0조8945억원이었는데, 지난 2008년 5억6047억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 추세라면 2018년에는 11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미디어웹이 제공하는 게임트릭스 PC방 순위에 따르면 신규 게임 출시에도 온라인게임순위 최상위권인 ‘리그오브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는 변함없이 1~3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디어웹은 전국 약 1만개 PC방 모집단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게임백서’ 지역별 비율에 따라 약 4000개 표본 PC방을 선정해 게임트릭스 순위를 집계한다.

▲ ▲ ⓒ123rf

게임산업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각광받는 분야임은 틀림없다. 이 같은 대세 게임 실력을 향상시켜 주는 ‘게임 학원’과 ‘게임 강사’도 등장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 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을 하면서 ‘게임을 잘하는 법’을 교육 하는 게임 학원의 수강생 대부분은 중·고등학생들이다.

‘게임코치’ 학원은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정식 학원 인가를 받은 게임 사교육 기관이다. e스포츠 선수 준비반의 경우 체계적으로 종목별 프로게이머를 양성한다. 하지만 아직도 e스포츠를 학업을 방해하는 게임이라 여긴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게임을 모르면 바보 취급 받는다’고 연령을 넘어선 게임을 허용해 주거나 제약없이 유튜브를 열어주는 것은 20여 년 전 ‘국·영·수 위주로 공부해야 한다’며 다른 분야의 소질을 무턱대고 무시했던 것과 다를 게 없다.

게임은 ‘유해매체’인가?…가능성 없는 사회, 게임도 ‘병’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폭력적인 게임이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게임은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한심한 취미’ 라는 이미지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심리학자 패트릭 마키는 ‘총기 난사범의 80%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과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에서 게임을 즐기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나눠 한 실험에 따르면 두 그룹의 공격성과 신경 반응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이 2년간 중학생 1200명과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게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폭력적 게임과 폭력적 행동사이 유의미한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게임 판매량과 범죄 발생률이 반비례한다는 해석도 있다. 오히려 게임이 폭력적 성향을 가진 개인의 공격성을 대체해 실제로 범죄 발생 감소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반면 심리학자 바실리스 K.포지오스는 뉴욕 타임즈 기고를 통해 매체 속 폭력에 대한 노출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가전제품이나 화장품 광고에나 나올법한 톱스타들이 게임 광고에 잇따라 출연하고, 또 이것이 TV 전파를 타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게임 중독’처럼 게임을 질병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WHO는 지난해 10월 질병분류기호 개정 초안에서 질병으로 판단하는 게임 장애 증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게임의 강도·시간·빈도를 통제할 수 없고, 게임을 일상생활 등 모든 활동보다 최우선으로 하며, 개인·가족·사회·직업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현상 등이 12개월 이상 반복되는 증상이다. 2018년 5월 등재 예정이었던 게임장애를 포함한 국제표준질병분류 11차 개정판, ICD-11는 현재 유예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국내 언론인터뷰에서 WHO 정신 건강 및 약물 중독부 책임자 블라디미르 포즈냑(Vladimir Poznyak)은 "게임 중독은 질병 통계에 포함되어야 하고 내년(2019년) 총회에서 진행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능성 없는 사회에선 게임도 ‘병’…청소년, 현실

게임이 뇌를 손상시킨다면 프로게이머들은 이미 불구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설 수도 있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박사는 'NDC2018' 강연에서 “게임은 인간의 본능이다. 내가 아직 가지지 않은 능력을 키우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문화적 성취를 가져다준다. 이러한 게임이 병이 되는 사회는 가능성이 없는 사회와 다르지 않다. 중단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게임 말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개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활동이지만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 등은 정부와 게임 업계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미국 로체스터(Rochester)대학 연구팀은 일주일에 10시간 이하로 게임을 하는 경우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20시간이 넘어가면 우울증과 대인관계 문제가 나타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공개한 ‘2018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조사대상 청소년 10명 중 3명인 30%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었으며, 3.6%는 의존도가 아주 높은 ‘고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학생의 의존도 비율과 고위험군 비율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메시지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다음으로 게임, 검색, 음악 등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있을 때 스마트폰이나 게임은 외로움을 달래주고 스트레스도 날려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의 자리에서도 특별한 이유없이 각자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통제해야 할 질병이나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시대의 흐름’이라고 넘겨버리기 전에 왜 청소년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 nhy@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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