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나라는 없다
비정규직 없는 나라는 없다
  • 남희영 기자
  • 승인 2017.07.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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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VS 자율·정규직 전환 VS 고용 축소…현실은?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고용이 불안하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이 어렵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관문이거나 본인의 사정에 따라 자발적 노동을 택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를 잠시 채우는 임시직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문제다.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꿔 이윤을 늘렸고 신규 채용도 비정규직이 높아졌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 구조의 변화로 고령층의 취업이 늘어났지만 비정규직화는 심화됐다. 청년 고용절벽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동시에 맞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바닥이다.

▲ ⓒ123rf

2030 직장인 10명 중 4명 ‘비정규직’

11일 취업 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에 따르면 2030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최근 2030 직장인 782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과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9.8%가 현재 비정규직으로 종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 분석에선 20대 직장인(47.0%), 30대 직장인(30.9%) 순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으며, 성별로는 여성(42.5%)의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35.1%) 보다 많았다. 최종 학력별 분석 결과에선 ‘고졸 이하’(47.5%)와 ‘2,3년 대졸’(40.9%), ‘대학원졸’(37.5%), ‘4년 대졸’(37.3%) 등의 순이었다.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에 대해선 ‘부정적이다’(79.1%)와 ‘긍정적이다’(20.9%)는 답변이 크게 엇갈렸다. 비정규직 근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복지, 대우 등 정규직과 차별이 심해서’(50.4%, 복수응답),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아서’(45.1%), ‘연봉이 너무 낮아서’(41.5%), ‘비정규직 근무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기업들이 있어서’(31.3%)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반면 비정규직 근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직무 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46.2%), ‘일을 하며 당장의 생활비, 생계비 부담을 덜 수 있어서’(41.5%), ‘고용형태 보다는 일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서’(36.9%), ‘정규직 전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21.5%)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현재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2030 직장인들의 73%는 ‘직무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58.6%), ‘정부의 비정규직 축소 정책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아서’(41%) 등의 이유로 ‘향후 더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청년층 취업자수 앞지른 ‘고령층’…정규직인가?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60세 이상(고령층) 취업자는 424만7천명으로 15∼29세(청년층) 403만명보다 21만7천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출산ㆍ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 구조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빈현준 고용통계과장은 "2015년 4분기부터 60세 이상 인구가 청년층을 넘어서고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인구구조의 영향이 취업자 수 역전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청년층 실업률은 10.4%로, 2분기 기준으로는 통계청이 기준을 변경해 조사를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빈 과장은 “고령층의 고용률은 개선되고 있는 반면 청년층의 고용률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령층과 청년층의 인구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취업자 수 역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해 발간한 ‘2016년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1962만7000명) 중 비정규직(644만4000명)의 비중은 32.8%였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유독 청년층과 고령층의 비정규직 비중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의 비정규직 비중은 70%가 넘는다.

고령층 취업자가 모두 정규직은 아니다. 이러한 통계 결과로 보면 고령층은 비정규직화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근로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 때부터이다. 경제 위기를 맞아 정리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비정규직 채용 사유 제한을 없애는 법을 만들면서 비정규직 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기업들도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꿔 이윤을 늘렸고 신규 채용도 비정규직이 높아졌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407개 기업의 고용형태공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475만5000명 가운데 직접고용은 385만2000명(81.0%), 간접(소속외 근로자)고용은 90만2000명(19.0%)으로 집계됐다. 이중 직접고용 근로자 중 정규직은 292만5000명 75.9%, 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는 92만8000명 24.1%로 나타났다.

대기업 전체 근로자 중 정규직 근로자를 제외하고, 간접고용과 기간제를 합친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83만명으로 전체 38.5%에 달했다. 대기업 근로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인 것이다.

특히 기업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 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다. 근로자 500인 미만 기업의 간접고용 비율은 14.0%였지만, 1000명 이상 5000명 미만 기업은 17.8%, 5000명 이상 기업은 무려 25.5%에 달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47.7%), 운수업(23.7%), 제조업(21.6%), 도·소매업(19.8%) 순으로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는 조선(59.5%), 철강금속(38.4%)의 간접고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고용과 기간제근로자 비율이 모두 낮은 업종은 출판·영상(10.6%·6.6%), 전기가스(10.7%·5.8%),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8.5%·12.9%) 등이었다. 성별로는 남성(21.0%)이 여성(15.3%)보다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다. 기간제근로자 비율은 여성(28.5%)이 남성(21.5%)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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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은?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된 지 3일 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산업별로, 사업체별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신규 채용시 정규직 중심으로 채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일자리가 필요할 경우만 비정규직을 뽑고, 상시적 일자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정규직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특수한 상황에 한정해서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해야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간접고용은 각종 편법과 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또한 파견이나 사내 하청 등의 구조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당대우에도 일자리를 유지하기위해 해고를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4대보험이나 노동자로서의 권리는커녕 노동력 착취로 골병이 들어도 자비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동조합만 인정하기 때문에 노조가 있는 기업들만 교섭을 통해 임금이나 근로 조건, 작업 환경 등을 개선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현실적으로 노조를 만들 수가 없어서 상황을 개선하기 힘들다. 최근 비정규직 파업노동자를 향해 국민의당 이언주 원수석부대표가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했던 막말은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 상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이나 ‘파견근로자 보호법’ 등을 묶어 부르는 ‘비정규직’은 그 분류기준과 범위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44만4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32.8%를 기록했다. 반면 노동계에서 조사한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55.1%에 달한다.

이러한 논란 속에 기간제법을 피하고자 해고와 재고용을 반복하는 형태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막아온 업체의 꼼수와 근로자간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4차 산업혁명 ‘생산성은 향상, 일자리는 감축’

이제 청년 고용절벽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동시에 맞고 있다. 산업의 흐름이 변화되면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멀쩡하던 직업이 ‘무인화’에 밀리거나 사라지는 일도 이미 생겨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눠가져야 하는데 기본정책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력 향상과 그로 인한 일자리 감축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재해로 다가올 뿐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바닥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변화에 우리나라가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부족한데다 정부가 기본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제 구조 상 생산과 소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데 돈을 많이 주느냐 또는 받느냐의 문제로만 보면 풀 수 없다. 진보된 기술에 비해 노동시간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커졌지만 일자리는 줄어든 현실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가 받을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일자리와 노동의 미래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 또한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 nhy@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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