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의 시대
트럼피즘의 시대
  • 남희영 기자
  • 승인 2016.11.0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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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회의 현실 반영된 ‘트럼프 쇼크’···반전에 반전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기존 예상을 뒤엎고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지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거침없는 돌발발언의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후보 출마 때부터 각종 막말 논란과 성추행 스캔들 등의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 내 상당수 백인의 인종차별주의적 성향과 반(反)이민·반외국인 정서와 소수의 정치 기득권층이 장기 집권하는 동안 쌓인 국민의 피로와 불만이 극에 달해 트럼피즘이 생겨났다. 트럼피즘은 트럼프식 언행과 생각하는 방식에 열광하는 현상을 말한다. 뉴욕타임즈는 미국인들이 경제, 사회, 제도적으로 극적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고, 그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계층에게 트럼프가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백악관에 입성하면 정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뜯어 고치겠다고 장담해 왔다. 이번 미 대선 결과는 미국 사회의 현실을 보다 냉정히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또한 그의 당선으로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기존 예상을 뒤엎고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AP

트럼프 보다 클린턴이 ‘더 싫었나?’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득권 정치의 대표인 ‘클린턴’. 막말을 일삼은 인종·성차별주의자라는 이미지의 ‘트럼프’. 심각하게도 클린턴과 트럼프는 둘 모두 ‘역대급 비호감’ 후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미국인 대다수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란 여론조사도 공개됐다.

그래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힐러리 우세일 것이란 판단이었다. 민주당 힐러리 FBI이메일 스캔들의 재수사가 시작하고 나서 트럼프가 치고 올라왔지만 11월 초인 지난 2일 부터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주춤했다. 심지어 원래는 클린턴이 이기는 게임이지만 이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와 경합으로 갔던 것뿐이란 분석도 나왔다.

또한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를 지지를 포기한 인사들도 많았다. 심지어 3년 전 정치풍자 뉴스 ‘데일리 쇼’에서 트럼프의 출마를 권유했던 유명 방송진행자 존 올리버조차도 자신의 말을 후회한다고 했다.

이번 미국 대선은 ‘더 좋은 사람’이 아닌 ‘덜 싫은 사람’을 뽑는 선거라는 이미지가 강해 클린턴이 압도적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아슬아슬하게 이길 것이란 예상이 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따돌리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왜 많은 미국인들이 베테랑 정치인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보다 더 싫었던 것일까? 이를 CNN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와 경제문제, 정실주의, 근본적인 변화 없는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객관적인 경험이나 조건으로 보면 트럼프는 애초부터 클린턴과 경쟁상대로 비춰지지도 않았다. 정치경험도 없지만 막말과 과거 스캔들로 성공한 사업가의 무모한 도전쯤으로 여기며 자질논란에 휩싸였던 정치적 아웃사이더인 후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분노와 불만은 이번 대선에서 집중적으로 기성정치를 밀어냈다. 트럼프는 이러한 분노를 기회로 삼았으며, 힐러리를 공격했고 미국 국민들을 자극했다.

美 유권자가 원한 것은 ‘변화’

앞서 8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에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 10명 중 4명이 “변화를 원한다”고 답한 것으로 CNN 출구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미국에 변화를 가져올 수있는 후보가 최우선 선택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또 10명 중 거의 7명이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않거나 화가 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경험이나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나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사람은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경제’를 가장 큰 관심사로 꼽았으며, 4년전 대선 때에 비해선 현재 경제가 나아진 것으로 대답했다.

또 10명 중 8명은 개표결과의 정확성에 신뢰를 나타내 , 조작 가능성을 계속 주장한 트럼프와는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전국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1만 54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2%이다.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장녀 이방카, 맏사위 제러드 쿠시너 등을 대동하며 진지하면서도 막말 역시 서슴치않고 선거유세를 펼쳐온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그것이 핵심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유세 과정에서 그는 미국인들의 채워지지 않은 열망을 ‘꿈과 희망’으로 바꿔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선거 운동에서도 ‘마이 웨이’를 고수하며 철저히 ‘트럼프 답게’ 선거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스티븐 배넌은 선거캠프 최고경영자(CEO)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핵심 고문을 맡아 무역, 이민, 대테러 정책 전환에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 그의 심복으로 불리는 코리 르완도스키 전 선대본부장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거론된다.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이제 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오른팔이 됐다.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국방장관 또는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국무장관으로는 제프 세션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거론된다. 재무장관에는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을 지휘한 스티브 너친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와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이 언급된다.

공화당 경선 탈락 뒤 트럼프를 도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검사 경력을 살려 법무장관에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흑인 외과의 벤 카슨은 보건장관 자리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국토안보부 장관,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와 석유재벌 해롤드 햄 등이 유력한 에너지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승자독식’ 구조의 美 대선방식···트럼프, 납세내역 미공개

미국 대선은 전국 득표율이 아닌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단은 50개 주와 워싱턴DC에 배정된 538명. 연방 하원의원 수 435명, 상원의원수 100명 그리고 워싱턴 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수이다. 전체 선거 인단의 과반인 270명 이상을 먼저 확보하는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으로 결정된다. 대형 경합주로 승부처로 꼽혔던 플로리다주, 오하이오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결국 3대 경합주에서 모두 트럼프가 이겼다.

9일 선거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국내·외에서는 승부를 알 수 없는 결과에 하루종일 희비가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가까워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고 “오늘 밤, 당신이 선택한 후보자가 이기든 지든, 모두 동의하도록 하자(let's all agree). 그렇게 맹세하고 우리가 더 잘 되게 만들자”며 “어떤 일이 생겨도, 내일 아침에는 또 태양이 뜬다(no matter what happens, the sun will rise in the morning)”고 했다.

한편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돼 집무를 시작하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탈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국제주의가 아닌 '미국주의'(아메리카니즘)가 신조라고 이야기해왔다. 법인세를 현재 35%에서 15%로 낮추고 최상위계층 소득세율도 39.6%에서 25%로 조정한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또한 불법 이민자 강제추방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등 경제에서뿐만 아니라 외교에서도 고립주의도 강조했다.

한편, ABC뉴스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납세 내역이라는 올해 선거 최대 수수께끼는 결국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사업가로 성공한 트럼프는 국세청 감사를 이유로 납세 내역 공개를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40년 만에 납세 내역을 밝히지 않고 선거일을 맞았다.

지난달에는 트럼프가 1995년 9억1600만 달러(약 1조 113억원) 손실을 신고해 18년간 연방 소득세를 면제받았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그는 사업 이익을 위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훌륭하게’ 세법을 활용한 것뿐이라고 일축하며 자신이 누구보다 세법을 잘 이해하므로 세제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부당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곳곳의 트럼피즘

‘트럼프 대세론’을 받아들이며 공화당 대선주자로 기세가 심상치 않았던 올해 초 그의 지지율은 현실로 다가왔다. 코웃음 치던 정치 분석가들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자타공인 ‘자기 PR의 달인’으로 떠오르며 그의 대권 도전 스타일은 비난과 지지를 함께 받았다.

미 뉴욕 타임스는 대통령선거 뉴욕 경선을 이틀 앞두고 오피니언란에 정치평론가 마이클 린드(Michael Lind)의 '트럼피즘과 클린턴니즘이 미국의 장래'라는 글에서 “트럼프 후보의 국수주의적 대중영합주의를 잠시 후면 자유시장, 제한되고 작은 정부라는 정통적 신념으로 되돌아갈 정당에서 벌어진 일시적 탈선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트럼프는 정통 보수 공화당이 하겠다고 내놓은 것과 지금의 지배적인 공화당 지지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 사이의 갭을 확연히 노정시켜 주었다. 현재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중산층에게 주어지는 사회보장 복지 프로그램의 온존 플러스 불법 체류자, 무슬림, 무역 경쟁국 및 무임승차 우방에 대한 꾸짖음과 탄압이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미국에서 뉴딜 정책에 이끌린 백인노동자 민주당원과 넬슨 록펠러의 온건파 공화당원이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을 2016년 오늘 깨닫는다”며 “클린턴 민주당원과 트럼프 공화당원, 클린턴니즘과 트럼피즘만이 여기 미국에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트럼피즘이 글로벌 정치로 번져나가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극우 정치인의 대표급인 도널드 트럼프. 세계 곳곳에는 ‘제2의 트럼프’가 있다. 프랑스의 마린 르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 오스트리아의 노르베르트 호퍼,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하원의원 등도 막말 정치인들로 극우 포퓰리스트들이라고 거론되며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와 중산층의 붕괴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국민도 2008년 경제 위기로 촛불 집회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경제민주화’로 민주주의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정경유착이 유지되었을 뿐이란 지적도 있다. 2011년 9월 뉴욕을 기점으로 80여개국으로 번진 99% 시민이 1% 부자에 대항한 ‘월스트리스 점령’ 시위의 확산처럼 이제 사람들은 폭력이 아닌 투쟁으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 nhy@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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