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DB생명 파이낸셜 아트 연구소
여운봉 소장(경영학 박사)
[뉴스토피아 = 편집국]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1%대의 초저금리 상황에 빠져버리면서 금융상품이 아닌 부동산투자 등 대체투자를 통한 자산관리 및 재테크 분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실물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흐름을 잘 읽어내는 혜안을 갖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경기가 나쁜데도 전세 값과 주변 땅값은 오히려 많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격은 그다지 오르지 않아 걱정과 우려 속의 투자자들이 많다. 한 예로 최근 서울 개인택시 면허거래 가격이 크게 올랐다. 2010년에 거래가가 6천만 원에 불과했었지만 올 초 1월에는 거래가가 무려 9천 3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조만간 매매가가 1억 원도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5~10년 후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권 거래가격이 얼마까지 더 오를지 자못 궁금하다. 이참에 미국 뉴욕에서의 개인택시 면허 거래가격을 살펴보자. 서울과 마찬가지로 뉴욕시도 개인택시 면허를 더 이상 내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면허 공급이 없다보니 뉴욕의 개인택시 면허거래가가 2004년에 25만 달러(약 2억 7천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 1년 뒤인 2005년에는 50만 달러(5억 5천만 원), 최근에는 97만 달러(약 10억 원)까지 치솟아 매매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개인택시 면허권 시세는 주식처럼 매수자와 매도자의 호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기존의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은퇴연령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택시 면허권을 팔지 않고 그대로 영업을 계속하려고 해서 매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권도 뉴욕처럼 10억 원까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10억 원의 현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을 경우 월 이자가 130만 원에 불과하다.
만약 설령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권의 가격이 10억 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은행예금보다는 개인택시를 사서 영업하면 노력여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달에 20일을 일하고 10일을 쉬면서 월 40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택시 영업은 본인의 노동력이 투입되는 것이라서 은행 예금이자 수입보다는 많아야 당연하겠지만 은퇴 후에 특별한 일자리 없이 집에서 놀기만 하는 것보다는 체력만 따라 준다면 개인택시 사업이 훨씬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 노후화된 폐차직전의 영업용 1톤짜리 트럭(노란 색 번호판)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실제 사용하지 않고 집근처에 그냥 주차해 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개인택시 면허를 얻으려면 영업용 차량을 5년 이상 보유하고 3년 이상 무사고 경력요건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고령화 저 출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저금리는 지속된다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리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6년에 우리나라는 65세 노인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지금의 12%에서 20%로 늘어나 ‘초고령 국가’에 진입한다고 한다. 지방지역인 경북지역에선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로 경북지역 인구 10명중 2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앞서 개인택시 사례처럼, 예금 금리이상의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자산은 그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도시 중심 상업지역에 있는 임대상가나 주거용 오피스텔 가격도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최근 3~5%의 임대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예금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굳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 보다 임대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작년 연말에 필자가 직접 홍콩에 가서 부동산시장을 살펴보았다.
주거용 부동산 공급이 수요에 비해서 항상 부족한 홍콩의 중심 상업지역의 1베드룸(방1개, 거실1개)의 시세가 14억 원이 넘어서 있고, 도심의 원룸(방1개)의 월세는 4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정기예금에 14억 원을 넣어둔다면 월 187만원(정기예금 금리 1.6%, 이자소득세 과세전 금액)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14억 원을 갖고 있다면 우리나라 은행예금에 넣는 것 보다 홍콩에 가서 임대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부동산 거래 부대비용은 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초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모든 실물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 생각은 위험하다. 물론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평균 주택가격은 연평균 5% 이상으로 올랐고 지난 30년 동안 주택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떨어졌던 해는 6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래에도 계속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일본 동경에서 20~30킬로미터 떨어진 인구 100만 명의 위성도시 ‘사이타마’시에서는 최근 주택의 1/4이 공실이라고 한다. 이유는 고령화 저 출산으로 주택수요가 급감했고, 1960대에 지어져 주택들이 노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수요가 없고 공급이 많은 도시 외곽 지역의 오래되고 낡은 주택가격은 고령화 저 출산이 심화로 급락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도 이젠 자동차처럼 감가상각이 되는 시대가 다가온 것 같다.
[뉴스토피아 = 편집국 / ntpress@news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