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면가왕, 감출수록 보고 싶다
[칼럼] 복면가왕, 감출수록 보고 싶다
  • 편집국
  • 승인 2015.12.0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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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진 VC경영연구소 교수
[뉴스토피아 = 편집국 ]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모기향 필 무렵, 찜질중독 양머리... 화려한 복면과 이를 상징하는 기발한 닉네임이 주말 저녁 방송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이야기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기존의 서바이벌형 음악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복면가왕은 출연자의 정체를 닉네임과 복면 속에 꽁꽁 숨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복면 속 얼굴을 숨긴 스타들은 오직 목소리만으로 대결을 펼친다.

루나도, 진주도, 그리고 김연우도 이 룰에 입각해 가왕에 올랐다. 루나는 에프엑스의 메인 보컬로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였지만, 그저 에프엑스의 예쁜 외모와 아이돌 그룹이라는 선입견으로 그녀의 가창력에 많은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복면이라는 장치는 이런 선입견의 시선까지 철저히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복면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대한 신비감이 집중력을 높이는 한편, 가면을 벗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재평가를 내릴 수 있게 만든다. 진주는 1990년대 ‘난 괜찮아’로 인기를 모았으나 한동안 잊혀졌던 추억의 가수였다. 가창력은 인정받았지만 외모 때문에 외면당했던 그녀의 목소리는 복면가왕을 통해 재조명됐고, 20년차 베테랑 가수 김연우 역시 복면을 쓰고 김연우라는 이름을 감추자, 그의 노래가 지닌 진짜 힘이 드러났다. 가리니까 제대로 들리고 보인다.

감추면 감출수록 더 들춰내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신비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기에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때문에 이러한 감추기 전략은 마케팅 영역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2006년에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물인데다 개봉 전까지 촬영현장의 언론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주요 내용 공개도 하지 않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에 작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비밀에 붙이는 전략을 썼다. 그 바람에 작품을 기다려 온 국내 팬들의 궁금증과 관심은 날로 높아만 갔고 영화는 개봉 16일 만에 관객 521만명을 넘어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와 같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감춤으로써 오히려 관심을 유도하는 전략을 블라인드 마케팅(blind marketing)이라고 한다. 블라인드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은 단기간에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일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고급승용차 시장에 닛산(Nissan)은 고급 모델인 인피니티(Infiniti)를 가지고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즉시 자사 자동차가 경쟁사보다 더 고성능임을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닛산은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한마디 없이 한적한 시골 풍경이나 안개 낀 바닷가 사진에 인피니티라는 낯선 브랜드만을 적어 놓은 광고만을 계속 내보냈다. 이 광고는 사람들의 눈을 끌고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그러나 블라인드 마케팅을 잘못 이용하면 자칫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블라인드 마케팅을 쓰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확 높아지기 때문에 제품이 노출됐을 때 그 기대치를 넘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제품이 그저 그런 정도라면 사람들의 실망이 커져 그 회사에 대한 신뢰성은 오히려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신비함을 유지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브랜드와의 연관성이 떨어져 메시지 전달이 약해질 수 있다. 한때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슬로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각 대학 캠퍼스 구내와 지하철, 버스, 가로수, 길가의 외벽 등에 손으로 쓴 것 같은 글씨의 이 벽보는 마치 누군가에게 절절히 사랑고백을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 선영이 열풍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문구가 인터넷 여성포탈 서비스 마이클럽의 광고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케팅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깐 사전에 이 방법이 통할 것인지, 목적에 합당한 것인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사람들을 미혹하려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고, 결국은 진정성이 있어야 성공한다. 주의와 집중을 모으는데 효율적인 만큼 기대 이상의 보상이 있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잊지 않고 블라인드 마케팅을 잘 활용한다면 가려운 등 한가운데를 긁어주는 효자손과 같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뉴스토피아 = 편집국 / nwtopia@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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