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공허한 십자가
[추천] 공허한 십자가
  • 이애리 기자
  • 승인 2014.11.2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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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사요코의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갓난아이를 죽인 그날부터 사오리의 인생이 뒤틀어졌다. 어떤 일을 해도 잘되지 않고, 어떤 사람과도 좋은 인간관계를 쌓을 수 없었다.”ⓒ자음과모음
[뉴스토피아 = 이애리 기자] 치기 어린 행동으로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자, 인류의 죄를 씻고자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처럼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가다

사형은 무력하다?
사형은 무력하지 않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없다면, 사람을 죽인 사람은 무엇으로 심판해야 할까?
속죄는 무엇일까?
꼭 교도소에 들어가야만 속죄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가해자를 사형에 처하면, 가해자는 어떻게 속죄할 수 있을까? - 옮긴이의 말 中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역작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에는 사형제도 찬반양론에 대한 문제를 안고 독자들에게 ‘속죄란 무엇인가’란 심오한 숙제를 낸다.

흔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을 전하며 당사자가 당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복수를 계획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대한 내용은 작품 속 본문에도 나온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러야 한다.”라고.

인간의 존엄성 나아가 민족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대한민국 이 나라 이 땅에도 법적 사형제는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행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 국가나 다름없다. 2003년부터 약 1년에 걸쳐 무고한 시민 20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 유영철 사건은 사형집행 찬반양론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써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나카하라 씨, 아이를 살해당한 유족으로서 대답해보세요.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 - p.413

‘범죄’, ‘속죄’, ‘사형’, ‘판결’…. 독자들은 제3자의 입장에서  중립적 태도로 작품을 읽어 내려가며 최소 한 번 이상 네 가지 단어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상상하게 된다. 각각의 단어들이 지닌 진정한 의미와 그 무게에 대해서 말이다. 실제로 혹자는 추리 소설 한 편으로 인해 가치관이 달라졌다고도 말한다.

『공허한 십자가』는 살인과 형벌, 속죄, 사형 제도의 존속, 생명의 소중함 등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깊은 슬픔을 껴안은 피해자 유족의 ‘범인을 사형에 처하고 싶다’는 마음이 의외의 결과를 초래하는 결말은 사형제도에 대한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의식이 가슴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사형 제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지금까지 누명을 쓴 사형수에 대한 미스터리는 많았지만, 사형제도 그 자체에 숨어 있는 문제를 다룬 작품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공허한 십자가』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 출판사 자음과 모음 서평 中

인간은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은 앞으로도 팽팽히 맞설 것이다. 작가는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인간의 묘한 심리를 어떤 식으로든 자극시킨다. 인간이 인간의 도덕성을 판단하고 죄의 무게를 결정한다……. 과연 이에 대한 경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또한 가해자를 향한 피해자들의 용서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책은 절대 가볍지 않다. ‘유추에 의한 범인 판단’이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깊은 고뇌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뉴스토피아 = 이애리 기자 / aheree@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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