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프랑스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 신작[가시내Clèves]
현대 프랑스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 신작[가시내Clèves]
  • 변성진 기자
  • 승인 2014.10.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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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서 여성을 향해 가는 10대의 성(性)을 파격적으로 담아낸 생생한 보고서

▲ 가시내Clèves/마리 다리외세크Marie Darrieussecq/최정수 번역/프랑스 문학/소설/열린책들
[뉴스토피아 = 변성진 기자] 프랑스 현대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신간 『가시내』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다리외세크가 이번 소설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십대 소녀의 성(性), 육체적 성장기다. 2011년 프랑스 출간 당시, 문학계에서는 ‘너무 외설적이라 메시지를 알 수가 없다’, ‘감히 다루지 못했던 주제를 다리외세크가 떠맡아 제대로 해냈다’ 등 분분한 논쟁이 벌어졌다. 프랑스 사회를 뒤집어 놓았던 다리외세크의 데뷔작 『암퇘지』가 한 여인이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 속에서 점점 암퇘지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가시내』는 순진한 소녀가 여인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입체감 있게 그렸다. 『암퇘지』부터 시작된 다리외세크의 문학적 실험은 『가시내』에서 절정에 올랐는데, 여성의 신체에 관한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이 소설은 프랑스어의 다의성(多義性), 어휘 간의 상호 작용, 관용적 표현, 또 문화적 노스탤지어로 가득해 다른 언어권에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열린책들은 이 작품이 <고급 소설 읽기의 또 다른 재미>라는 목적에 걸맞다고 판단, 매우 까다로운 번역 과정을 거쳐 출간했다.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다리외세크는 <오래전부터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내가 십대 시절 일기처럼 녹음했던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잊고 있던 그 복잡한 시절이 다시 떠올랐다>고 말했다. 거기에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 부인』을 개작하겠다는 작가 자신의 오랜 소망이 더해졌다.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시작하다>에서는 주인공 소녀가 초경을 경험하는 시절을, 2부 <사랑하다>에서는 여러 남자들과의 어설픈 만남 그리고 첫 경험(항문 성교), 3부 <다시 시작하다>에서는 좀 더 성장한 소녀의 복잡해진 내면과 성인 남자 비오츠 씨와의 관계 등을 다룬다.

『가시내』는 1970~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상의 소도시 클레브에 사는 솔랑주라는 소녀의 삶 중, 생리를 시작하는 때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를 조명한다. 솔랑주의 부모는 파경 직전이고, 부모 대신 돌봐주는 <보모> 비오츠 씨는 사회에 잘 융화되지 못하는 인물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는 솔랑주 곁에는 의지할 만한 어른이 아무도 없다. 솔랑주는 넘쳐 나는 호기심과, 의혹들을 잡지와 친구들과의 수다에 의존해 해결해 나간다. 작가는 솔랑주의 내면으로 들어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사춘기 소녀의 사고(思考)를 독자들에게 날것 그대로 전달한다. 솔랑주와 그 친구들, 작품 속 청소년들의 무신경함, 읽기 곤혹스러울 정도의 겉멋을 부려 대는 대사들은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거북할 정도다. 마치 육성 녹음 파일을 듣는 것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생생한 문장들은 다소 낯설게 다가오지만, 어느새 독자 내면으로 파고들어 독자 자신도 솔랑주가 된다.

데뷔작 『암퇘지』에서부터 시작된 다리외세크의 문학적 실험은 이번 작품에서 더욱 강렬해졌다. 프랑스어의 다의성(多義性), 어휘 간의 상호 작용, 관용적 표현, 말장난, 문화적 노스탤지어를 망라한다. 다의성을 띤 한 단어를 각기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데서 오는 혼란과 재미, 동음이의어를 가지고 하는 유치한 말장난, 비슷한 발음으로 운율을 맞춘 문장의 묘미 같은 것은 타 언어권에서 번역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한국어판에서는 가능한 한 원서의 이런 묘미들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 한편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7080세대 요소, 워크맨, 레코드판, 보이 조지, 롤링 스톤즈, 섹스피스톨즈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줄거리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시골 마을 클레브. 솔랑주는 이 지루한 곳에서 사춘기를 지나는 중이다. 솔랑주 주변에는 정상적인 어른이 거의 없다. 밖으로 나돌며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 우울증에 빠진 비관적인 어머니, <보모>처럼 자신을 돌봐 주는 비오츠 씨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모습으로 소외된 삶을 산다. 친구 로즈네 집에서는 늘 좋은 향기가 나고, 로즈의 부모님은 너무도 완벽한 어른의 모습이다. 솔랑주에게 로즈네 가족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다.
이 작은 마을에서, 솔랑주와 그 친구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섹스다. 누가 경험을 했는지,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지를 열심히 겨룬다. 솔랑주는 <남자와 데이트하기>(다시 말해 남자와 자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을 올린다. 입술이 갈라 터진 해변의 서퍼, 늑대 티셔츠를 입고 나이트클럽에서 총각파티 중인 남자, 영국에서 온 로즈의 펜팔 친구 테리,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뭘 좀 아는 것 같은> 아르노. 솔랑주는 누구와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

 
[뉴스토피아 = 변성진 기자 / bsj@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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