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 이애리 기자] 그림동화책 <십 형제>는 중국인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는 유명한 설화다. 중국, 홍콩, 타이완 등 지역에 따라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저마다 다른 재주를 가진 십 형제가 서로 힘을 모아 나쁜 임금님을 혼내 주는 큰 줄기는 같다. 이 이야기에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도우면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마음과 힘을 모으는 협동 정신과 끈끈한 가족애를 엿볼 수 있다.

“아이의 눈으로 만든 그림책”

<십 형제>는 초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친 지 15년 정도 되었을 때 만든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에 빠져 있던 저는 좋은 그림책을 발견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열심히 알리고 다녔지요. 저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지 무척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맑은 눈으로 보는 세상을 책에 담으려고 몇 가지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 삽화 : 아이들은 단순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판화의 표현을 빌려 그림자 같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 풍경 표현 : 아이들처럼 원근법을 무시하고 이야기의 흐름대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예를 들어 셋째 힘장사가 백성을 도와주러 갈 때나, 여섯째 긴긴다리가 다섯째 대신 바다에 빠지러 갈 때, 주인공들이 이야기가 흐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그렸습니다.

# 인물 표현 : 십 형제의 재주를 과장해서 그렸습니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상상하는 대로 그리는 아이처럼요. 귀돌이의 귀는 엄청 크게, 힘장사의 팔뚝은 아주 굵게, 긴긴다리의 다리는 지나칠 정도로 길게 그렸지요. 나쁜 임금님의 얼굴에는 세모꼴 눈을 그려 넣었고, 수염은 뾰족하게 그렸답니다.

# 단면적 표현 : 아이들은 입체적인 공간을 그릴 때도 단면적으로 표현합니다. 저는 긴긴다리가 물고기를 잡을 때 물속의 물고기가 보이게 그렸으며, 큰머리의 모자 속 물고기도 보이게 그렸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처럼요.

# 이야기 표현 :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장면을 익살맞게 묘사했습니다. 특히 아홉째 입큰이가 솥을 들어 물고기를 먹는 장면이나, 막내 큰눈이의 소나기 눈물에 임금님과 군사들이 휩쓸리는 장면을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 색채 : 옛날 이야기의 예스러움을 살리려고 빛바랜 듯한 종이 위에 분홍, 파랑, 초록, 주황, 검은색을 엇갈리고 마주치게 배치했습니다.

<그린이가 부모에게 전하는 말 中에서>

[뉴스토피아 = 이애리 기자 / aheree@news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