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아르 비브르savoir-vivre, 이런 게 인생이지!”
남을 공격하지 않고 여유 만만하며 호기심과 즐거움을 잃지 않는 팔랑귀 인생
인생이 매일 금요일 같지는 않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도 뭐가 옳은지 잘 모르겠다. 마냥 달릴지, 죽치고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헷갈린다. 줏대 없이 팔랑거리다 보니 몸만 피곤하고 한없이 게을러지고 싶다. 그렇게 나쁘진 않다. 가끔은 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보기도 하고,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견딜 수 없는 게 있다면 그런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에서 방황하는 한량 혹은 잉여의 자유를 부르짖던 독일의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 그는 이 책에서 또 한 번 어이없을 만큼 유쾌하고 허를 찌르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에버스는 그렇게 에버스다. 중년이 되었다 하여 갑자기 삶에 대한 통찰을 늘어놓아 당황스럽게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게으른 로맨티스트의 유유자적 사는 이야기를 소풍 가듯 따라가 보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개운하다.
저자는 에피소드들을 모두 다섯 개의 부로 나눠 소개한다. 각 부마다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부제목에서 연상되는 나름의 공통점들을 갖고 있는 동시에 각자의 개성 또한 뚜렷하다.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에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때로는 실소 때로는 폭소가 터져 나오는 엉뚱하고 발랄한 실수담과 우스꽝스러운 작태들이 신나게 벌어진다.
1부 ‘시작에는 끝이 있기 마련’에서는 끔찍하게 시작되었으나 결과적으로 나름의 해답을 던져 준 에피소드들이, 2부 ‘몰락의 개화’에서는 허울만 좋을 뻔했던 마지막이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3부 ‘큰 기대’에서는 말 그대로 기대와 달리 식은땀만 쏙 빼게 만든 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든 소동들이 벌어진다. 4부 ‘재능과 현실’에서는 타인에게는 이해받지 못할 독특한 재주를 쓸모 있게 활용하는 이들의 경험담이 등장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5부 ‘위풍당당 행진곡’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에버스 식 인생관을 선보이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처음에는 이게 정말 실화인지 허구인지 헷갈리지만, 계속해서 읽다 보면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진다. 에버스가 들려주는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머릿속 한구석에 딱지처럼 눌러앉아 있던 우울한 잡생각, 고민거리는 모두 잊혀진다.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새 그와 똑같이 “사부아르 비브르savoir-vivre!(이런 게 인생이지!)”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뉴스토피아 = 이애리 기자 / aheree@news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