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우아한 거짓말
[리뷰]우아한 거짓말
  • 이애리 기자
  • 승인 2014.07.07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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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 내가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그만 떠나야 했습니다.―천지 ⓒ창비
[뉴스토피아 = 이애리 기자] 전 국민의 가슴을 울린 청소년 소설<완득이>에 이어 2009년에 출간된 <우아한 거짓말>. 이 두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김려령 작가의 빅 팬(big fan)이 되고 있다.

작가가 내놓는 작품들은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문학이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청소년들에게 생겨나는 감정의 골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어 어른들에게도 우리나라의 척박한 학교 분위기와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시사한다.

“저 애들 좀 보세요.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체육복을 입은 애들로 가득하지요? 근데 겉은 똑같아 보여도 속은 다 달라요. 다 다른 소가 든 붕어빵들입니다.” - <p. 161 본문 中에서>

출간 후 5년이 돼가고 있는 <우아한 거짓말>은 소설 <완득이> 때와 마찬가지로 동명 영화의 제작 소식을 통해서 원작 소설에 대한 정보가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첫 출간 때보다 더 많은 사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의 자살과 왕따 문제를 다루며 그 때문에 야기되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품은 영화화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청소년을 비롯한 부모와 교사 모두가 함께 읽어야 할 필독 도서로 선정되는 등 작품 자체가 지닌 가치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책은 평범하게만 보이던 열네 살 소녀 ‘천지’가 어느 날 자신이 짠 털실에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에서 시작한다. ‘천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언니 ‘만지’는 동생이 남긴 흔적을 좇으며 퍼즐을 맞추어 가게 되고 차츰 가슴 아픈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지’와 가까웠던 친구 ‘화연’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고, ‘천지’가 사랑했던 가족들은 ‘천지’의 고민을 알아주지 못했던 것. 마침내 ‘천지’가 미워했고 사랑했던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발견한 ‘만지’는 ‘화연’을 감싸 안는데….

예나 지금이나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부모들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는 학교생활에 아무 문제없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그중에는 내 아이의 안녕을 바라는 부모들의 착각이자 바람인 경우도 많다는 것을 부모들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한편 주인공 ‘천지’처럼 요즘의 청소년들은 어른을 능가하는 깊은 사려를 지녔다. 따라서 자신의 부모를 실망시키기 싫어서, 걱정 끼치기 싫어서, 혹은 후한이 두려워서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참을 수 없는 괴롭힘 때문에 복받쳐 오르는 설움과 감정도 억누르며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묵언해 버리곤 한다. 때때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온몸으로 부르짖는 아이들도 있지만 부모들은 이내 ‘사춘기’로 인식해버리고 부모 된 마음으로 내 아이가 마음의 격동기를 잘 버텨내기를 바랄 뿐이다.

청소년 소설 <우아한 거짓말>은 바로 이 점을 정확하게 찌른다. 작가는 ‘천지’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비로소 밝혀지는 진실들을 통해 아이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대한민국 현 사회에 경각의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더 이상 착한 아이가 아닙니다. 때문에 모두 용서하고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이제 나쁜 아이가 되어서 갑니다. 용서를 해야 편하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보다 편하고 싶어 떠나는 게 아닙니다. 내 몸이 더 이상 이곳을 원하지 않아서 떠납니다. 분명히 말하고 가겠습니다. 용서하지 않고 떠난다고…. 하지만,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 <p. 113~114 본문 中에서>


[뉴스토피아 = 이애리 기자 / aheree@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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