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대윤 기자]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대중들의 큰 분노를 불렀던 이른바 ‘서면 돌려차기’ 사건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반사회성 인격장애' 일명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부산고등법원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30대 남성 피고인은 반사회성 인격장애 진단검사 결과에서 총점 27점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는 총점 40점 중 25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되며, 이 점수는 여성 8명을 납치해 살해하고 자신의 장모와 전처를 방화 살해한 강호순이 받은 점수와 같은 수준입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필수 증상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행동 양상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는 주로 15세 이전에 시작되어 성인기까지 지속합니다. 이러한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사회적 규칙을 잘 따르지 않고 불법 행동이나 범죄행위를 지속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범죄자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며,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 또한 아닙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원인은 생물학적 요인(유전적 경향, 신경생물학적 이상 등)과 사회환경적 위험요인(부적절하고 일관성 없는 양육, 또래 집단의 영향 등)의 상호작용에 따른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쌍생아 연구와 입양아 연구를 통해서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발생에 유전적 요인이 연관된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전 연구들은 반사회성 인격장애 그 자체보다는 반사회적 행동이나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같은 환경에서 함께 자란 쌍생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쌍둥이가 둘 다 범죄자가 되거나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확률이 이란성 쌍생아보다 일란성 쌍생아에서 훨씬 높게 보고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유전적 요인들이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또, 범죄 행위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입양아의 경우, 입양 가정 친척들보다는 친부모계의 친척들의 범죄율이 더 높음을 발견했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적개심, 공격성 및 충동성과 관련된 대뇌 신경 조절 영역의 신경생물학적 이상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반사회적 행동 및 정신병질적 양상이 뇌파 이상과 낮은 각성 수준, 전두엽 및 변연계와 관련한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 등 다양한 뇌 영역의 신경생물학적 이상과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여러 가지 사회환경적 위험요인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학대와 결핍과 같은 부적절한 양육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들은 양육자로부터 적합하고 바람직한 삶의 행동방식을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파괴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부모가 범죄 행위로 처벌을 받거나 만성적 실직 상태에 있었던 가정의 경우 자녀가 인격장애나 반사회적인 행동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서적 독립성이 높은 자녀의 경우 부모의 반사회적 행동으로 인한 범죄경력과 자녀의 반사회적 행동특성 사이에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어서 자녀의 특성이 양육 환경과 상호작용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 또래 집단과 학교 환경이 비행 행동의 형성 및 유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래 집단을 통해 범죄 행동을 모방하고 관찰하게 되며, 친구 관계는 비행 행동을 서로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통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학교가 오히려 비행문화에 접촉할 기회를 제공하고, 학습 성과 중심의 학교 환경이 낙인, 금지, 사회적 유대 결여 등 비행 행동을 보다 조장할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반사회성 성격 경향은 일반적인 정신의학적 또는 심리적 개입으로는 치료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환자들은 치료적 상황에서도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고, 치료자를 위협하거나 치료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므로 협력적인 환자-치료자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정신병질(사이코패스, psychopath), 사회병질(소시오패스, sociopath), 또는 성격 파탄(character disorder)이라는 용어들과 혼용됩니다. 특히, 형사정책 분야에서는 정신병질, 소위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최근 반사회성 성격에 대한 대체개념으로서 자주 언급되기도 합니다.
일반 인구에서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1년 유병률은 0.2%~3.3% 정도로 보고되며, 남성이 여성보다 4~7배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집단의 성격에 따라 유병률은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마약 중독을 가진 남성집단에서는 70%까지 높은 유병률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알코올, 또는 약물 남용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보입니다. 최근 견해에 따르면 종종 두 질환이 동시에 진단될 수도 있지만, 각각은 독립적인 질환으로 보아야 합니다. 물질 남용 문제로 인한 반사회적 행동인지를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한 경우라면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진단 내리지 않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대한 약물치료는 목표하는 증상 중심의 약물 선택과 치료 계획을 수행합니다. 분노, 충동성, 공격성, 우울, 불안, 주의력 부족과 같이 환자의 일상생활 및 사회적 기능 수행에 방해가 되는 증상들을 줄여주기 위해 그에 맞는 약물치료를 하게 됩니다.
약물치료는 정신치료와 함께 통합적으로 시도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약물의 부작용을 잘 견디지 못하고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 사항에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어 효과적인 약물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약물을 사용한 자기 파괴적 행동, 또는 약물 남용을 할 가능성이 높아 의존의 위험성이 있는 약물처방의 경우 신중히 고려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