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0년 동안 다툰 국제소송인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 결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게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나왔다.

법무부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46억7950만달러(약 6조3000억원) 중에서 약 4.6%인 2억1650만달러(약 2925억원·환율 135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중 최대 규모였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론스타가 제기한 ISDS 사건과 관련해 오전 9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로부터 판정문을 수령했다”며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가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할 것을 명했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벨기에와 룩셈부르크가 주소지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8개 법인 명의로 2012년 11월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통해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생긴 손해 46억7950만달러(약 6조 3215억원)를 배상하라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이는 △매각 지연으로 생긴 손해 △한국 정부가 부과한 세금 △론스타가 승소할 시 배상금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까지 합친 금액이다.

이번 ISDS의 핵심 쟁점은 한국 정부(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미루는 바람에 외환은행 가격이 떨어져 론스타가 손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국내 법령에 규정된 매각 승인 심사 기간을 넘겨 한국-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BIT)을 위반했고, 매각 가격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중재 판정부 변론 과정에서 "HSBC와 협상할 당시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등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정부의 과세에 대해선 "론스타가 내세운 벨기에 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 세운 페이퍼컴퍼니일 뿐"이라고 맞섰다.

론스타 측은 2020년 11월 법무부에 서한을 보내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합의금으로 주면 ISDS를 철회하고 향후 관련 분쟁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중 일부라도 물어주는 결론이 나오면서,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