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2.50%로 0.25%P 인상을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연 2.5%로 올라선 건 지난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이다.
금통위는 올해 4월과 5월 그리고 7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4월과 5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25%P씩, 7월에는 0.5%P 올렸다. 이번 결정을 포함해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추가 인상의 첫 번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시점에서는 물가 위험이 더 크다”며 “기준금리를 0.25%P씩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의지가 재확인되며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345.5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134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또 다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0.25%포인트 역전된 미국(상단 기준 2.5%)과의 금리 차는 같아졌지만, 다음 달에는 최소 0.5%포인트로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치솟으면서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도 있었다.
다만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물가로 가계의 소비마저 점차 위축되는 상황에 금리를 크게 높인 만큼 이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 하향했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5%에서 5.2%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