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우리나라가 역대급 수출 호조세에도 무역수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에너지의 막대한 수입 비용 증가가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은 작년보다 9.2% 증가한 7039억 달러, 수입은 16.8% 증가한 718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4년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147억 달러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무역적자가 현실화하면 2008년 이후 14년만에 적자전환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13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조치 등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며 사상 첫 7천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출은 견조한 파운드리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도 10.2%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석유제품(50.5%) 및 석유화학(9.6%) 수출도 물량 증가와 단가 상승에 힘입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도 급성장하는 전기차로 11.1% 늘어난 516억달러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선박은 러시아 수출 차질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줄어든 180억달러로 추정됐다.
지난해 글로벌 수요 확대로 단가가 급등했던 철강 수출(-12.2%)도 하반기부터 단가가 일부 하향 조정되고, 국내 수급도 여유롭지 못해 일부 수출 물량이 내수로 전환되면서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보고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등 에너지 수입 비용이 무역수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올해 5월까지 4대 에너지(원유·천연가스·석유제품·석탄)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6.1% 증가했다. 이중 석탄 수입은 169.1%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가 에너지 비용 증가란 악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원유 증산 결정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 폭은 상반기 적자 폭(114억 달러)보다 다소 축소된 33억 달러로 예상됐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고원자재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제고와 수입 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