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데다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 등을 고려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은 2007년 7·8월 이후 14년9개월 만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5%에 육박한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3.1%에서 4.5%로 올려 잡았다. 한은이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연 4.0% 전망) 이후 10년 10개월 만이다. 한은은 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7%로 조정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네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 1.50%로 올린 바 있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연 1.50%로 인상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일부에선 다음 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수준을 넘어서 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민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경제팀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도 작용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1.00%로 올렸다. 22년 만의 빅스텝(0.5% 포인트 인상)이었다.
이날 0.25%포인트 인상으로 일단 미 연준 기준금리(0.75∼1.0%)와 격차는 상단이 0.75%포인트로 커졌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미 6,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다.
만약 이번에 0.25% 포인트 추가 인상이 없었다면 앞으로 미국의 한 차례 빅스텝만으로 한·미 기준금리차는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 유출 우려를 낮추려면 원화 가치를 방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