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현대미술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중국 북경의 송주양미술관과 화이트박스미술관과 협력하여 이루어진 전시로, 한국의 현대작가 신형섭, 이용백, 이원호, 이창원, 한경우, 한진수 6명과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리웨이, 미아오시아오춘, 송동, 왕칭송, 쉬용, 장시아오타오 6명이 참여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액체문명"은 서구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규정한 '액체(Liquid)'를 반영한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견고함을 지닌 과거 체제를 녹이면서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근대가 액체성을 추구한 것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를 위한 목적을 갖지만, 액체화 된 자리에 또다시 새롭고도 향상된 견고하 것들을 자리잡게 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문제는 윤리와 도덕, 인간적인 유대관계, 그리고 저항정신조차 녹아버렸다는 것이다. 이로써 현대는 전통적인 정치, 도덕, 문화적인 난맥상에 묶여 있던 경제마저 풀리고 완전히 액화되어 유동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는 액화된 현대사회가 불확정성과 불안정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중심이 없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드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보았다. 따라서 주체는 사회에서 암암리에 강요하는 기준, 규범, 규칙에 저항하거나 해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회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액체문명>전에 참여하는 한.중 작가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쟁 현상을 상상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소하고자 한다거나, 사회로부터 배제된 계층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도록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작가들은 서구중심의 가치관을 의미하는 '보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거나 서구문화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성장통을 겪는 아시아인의 삶을 반영하거나 버려진 과거의 가치를 회복하려 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사회의 불안정한 현상에 대해 반응하는 이러한 예술가적 태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액체문명>전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20일(목)부터 5월 11일(일)까지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