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산재 입증책임 언제까지 근로자에게만 지울 것인가?
[칼럼] 산재 입증책임 언제까지 근로자에게만 지울 것인가?
  • 편집국
  • 승인 2017.03.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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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산재(토마토노무법인)
    선임 노무사 배연직

[뉴스토피아 = 편집국] 법원 소송과정에서에서 본인의 주장을 증명할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보통 이를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이라고 한다. 이러한 입증책임의 문제는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민법상으로는 모든 개인 또는 계약당사자는 서로 평등한 관계를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을 각 당사자가 지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근로관계는 민법과 전혀 다르다. 즉 사업주는 근로자에 대해 경제적 사회적 우월한 지위에 있고, 반대로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순간부터 사업주의 업무 지휘 하에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약자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재보험의 피보험자로 되어 있는 근로자는 사업주와의 관계에서 민법과 달리 불평등한 관계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는 업무상 사고나 질병이 발생할지라도 사업주에게 계속적인 고용을 보장받아야 가기 때문에 본인의 재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하더라도 산재신청 조차 못하거나,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정한 몇 푼 되지 않은 치료비로 산재처리 대신 공상 처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산재보험법상 입증책임의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업무상 사고, 사건보다는 업무상 질병사건의 경우이다. 업무상 사고는 사업주가 산재신청을 기피하여도 업무수행 중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사실관계만 증명하면 산재로 인정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업무상 질병의 경우는 재해 발생장소가 사업장이든 집이든 그 장소가 중요성이 크지 않다. 그리고 재해발생시간이 사업장에서 업무 수행중이든 집에서 수면 중에 발생하였던 그 장소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병 발병의 원인이 무엇이냐? 이다. 즉 상병 발병의 원인이 사업장의 작업환경요인 이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요인 때문이냐? 아니면 근로자의 개인적 사유(신체적 결함, 기존질환 등) 때문이야? 이것이 판단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직업성 암의 경우에는 재해 근로자가 화학물질이나 분진 등의 유해물질이나 발암물질이 존재하는 작업환경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뇌심혈관질환(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과 같은 과로성 질병의 경우에는 재해당시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나 재해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존재했느냐가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업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한 대부분의 입증자료는 회사가 관리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회사는 재해자와 산재보상 문제로 대립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는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입증자료를 재해자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과로성 질병의 경우에도 과로 사실 입증에 가장 중요한 근태기록을 회사가 보관하거나, 전문직이나 고위직의 경우 출퇴근 시간 등 객관적인 근태기록 자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과로성 질병사건의 경우 과로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가 근태기록이다. 근태기록을 재해자 측에서 제출하지 못한 경우 과로 사실에 대한 동료진술이 확보되었다고 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객관적 입증자료로 보지 않아 불승인 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근태기록 관리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사업주에게 있음에도, 산재불승인으로 인한 그 피해는 산재를 당한 근로자가 받는 다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근로자의 사회적 불리한 입장을 고려하여, 회사에서 산재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근태기록이 없는 경우에도 재해자는 과로에 노출되었다는 사실관계만을 입증하고, 반대로 사업주나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의 과로 사실이 명백히 없었음을 객관적으로 반증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경감시키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과로성 질병이나 직업성 질병사건의 경우 재해자는 사업주의 동의가 없는 한, 공단에 제출한 자료나 주장에 대해 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사업주가 산재를 은폐하거나 기피하여 사실과 다른 허위 사실을 주장하더라도 재해자는 산재신청과정에서 그 사실을 전혀 알 수조차 없다. 원천적으로 반론할 기회가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재해자인 근로자에게 산재발생에 대한 모든 입증책임을 지우려면 반대로 재해 근로자가 산재입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을 열어줘야 한다. 즉 공단은 회사 측이 제출한 모든 자료와 주장내용에 대해 산재 판정이 있기 전까지 재해 근로자 측에 제공하여 재해자의 최소한의 반론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재해자가 재해사실과 관련된 자료를 회사 측에 요청한 경우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해당 자료를 제공하도록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전면 개정하여야 한다.

그 후, 산재 신청에 있어 재해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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