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키친 캐비닛
[칼럼] 키친 캐비닛
  • 편집국
  • 승인 2016.12.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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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곤 칼럼리스트

[뉴스토피아 = 편집국] 청와대는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소추에 대한 답변서 내용 중 언론에서도 잘 알지 못했던 ‘키친 캐비닛’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최순실 게이트 스캔들’에서 벗어나려고 뒤늦게 합리화 시키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어의 형성은 문화와 함께 인식 발전하게 된다. 서양식 키친은 거실기준으로 침실과 떨어져 같은 공간에 식탁과 함께 벽 쪽으로 요리설비가 있는 곳을 말한다. 우리의 재래 주방은 부엌에서 기인한다. 식사를 하는 안방과 문을 두고 다른 공간에 땔감과 가마솥 그리고 연료를 사용하는 별도 공간을 부엌으로 불렀다. 현대식 주거의 키친은 먹는 곳과 조리하는 공간이 같다.

우리는 문화의 혼돈 속에 살면서 기준도 습성도 변화무쌍하다. 요즈음은 집안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풍습이 사라졌다. 왜 그럴까. 20여 년 전 나는 집들이를 열 번 이상 했던 기억이 있다. 아내가 음식준비로 고생을 해 들려줬기에 미안함과 또 나의 많은 친구들이 큰 문제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청와대에는 300여 명이 동시에 정찬을 할 수 있는 잘 꾸며진 영빈관이 있다. 국내외 손님에게 귀하게 여겨 대통령이 베푸는 오찬 리셉션이나 만찬과 의례적인 여흥을 즐기게 된다.

그런데 한 여인이 대통령의 관저에서 국정을 논의한 ‘키친 캐비닛’ 일원 이였다고 말한 것이다. 숨겨질 번한 이상한 일이 탄핵소추 땜에 알려진 것이다.

수많은 나라살림의 문제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아주 많았을 텐데 마주보기가 두려워 그랬던 것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간다.

문제는 올바로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사람을 몰래 그 한 사람만 계속 만나 사리사욕에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는 민족과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사람들은 다르다. 따지고 보면 창칼을 도구로 쓰는 서양식은 싸움터의 엄격한 기계적인 매뉴얼을 지켜야하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사람은 생각이 멋과 맛의 재주를 읽어가는 형식이 갖추어져있다.

박정희는 6.25때부터 친구였던 종군기자 출신인 구상시인을 5.16후 요직을 권하였으나 사양하였고 17평 구형 아파트에 30년 이상 살면서 박정희의 독재에 반대했고 민주화 세력에 협력 하였다. 10.26 직전인 9월에 청와대로 찾아간 구상은 “이제 임자가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고 한마디만 하고 뒤돌아왔다는 일화가 있다.

노태우는 청와대에서 민정실에, 퇴임한 동장출신 친구를 민정비서로 임명하여 매일 손 글씨로 쓴 보고서를 직접 받았다. 그는 걸어서 광화문-시청-서울역-명동성당 그리고 가락시장까지 다니며 민심을 파악했다.

YS는 상도동 자택에서 여야 정치인들 대부분이 그의 아내가 만들어준 칼국수를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향의 마른 멸치를 나눔의 선물로 하여서 주변의 친구를 관리했다.

DJ는 재임시절 천주교 신앙인으로 본분을 다하기 위해 그리고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S성당으로 나와 미사를 했다. 경호 문제 때문에 신자들의 불편함을 느껴 본당신부 수녀 그리고 대통령 3인만이 청와대 안에서 미사를 했는데, 2년이 넘게 미사를 해준 사제에게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신부님 저에게 요청할 일은 없습니까?” 했다고 한 일화가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외부인 한 사람을 불러다 놓고 밥을 같이 먹지도 않았고 무슨 상의를 깊이 했다는데 왜 이렇게 나라 전체를 속 시끄럽게 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서울시장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이다. 그 이유는 재임 때 가족과 식사 할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공식일정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전 국무총리는 그 일정을 소화하지 못해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에서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한 주에 한 번도 얼굴을 못 본적이 있다고 한다. ‘찌라시’ 사건 때 사표를 던진 민정비서는 7개월을 대통령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은 사람과 마음을 통하게 하는 말과 생각을 나누고 정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40년을 함께 했다는 두 여인은 청와대에서 누구를 위하여 무슨 일을 만들었을까.

광화문 광장에서 울부짖는 촛불들의 함성이 세검정에 까지도 들리는데 말이다.

 

[뉴스토피아 = 편집국 / nwtopia@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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