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개봉해 전국 개봉관에서 절찬 상영중인 영화 <만찬>이 서로를 위하는 가족의 모습, 그러나 예기치 않게 닥쳐온 불행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행복 등으로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현실의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녹여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더불어 상업영화 속 가족의 모습과는 다른 독립영화 속 가족의 모습들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그간 상업영화 속 가족은 사랑해야만 하는 관계, 갈등을 반드시 풀어나가 화해로 감싸 안아야 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젊은 시절 가족을 내팽개치고 방황하던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려 돌아와 딸 앞에서 눈물로 반성을 하거나, 철없이 반항하던 자식이 뒤늦게야 비로소 어머니의 희생을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이야기는 너무도 흔한 도식이 된 지 오래다. 허나 독립영화가 다루는 가족은 보다 사실적인 동시에 시대와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가족 3대의 이야기를 보여준 박동훈 감독의 <계몽영화>(2010)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모인 가족들을 통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이후, 신군부시대를 지나며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와 삶의 궤적을 함께한 한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그리며 과거의 선택이 어떤 현재를 이루어왔는지 보여준다. 일제시대 친일로 부를 축적한 조부모, 개발독재시대 속에 가부장의 화신이 된 아버지와 그의 폭력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은 딸의 모습은 그저 한 가족의 사적이고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세대 간의 사회적 갈등을 상징한다.
2011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과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하고 2011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밍크코트>(2012) 역시 한국사회에 만연한 종교문제와 가족 구성원들의 경제 격차로 인한 갈등을 밀도 있게 담아 호평 받은 작품이다. ‘8개월째 연명치료로 숨을 부지하고 있는 노모의 호흡기를 뗄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서 각기 다른 경제적 상황과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때로는 핏줄로 견고하게 엮인 가시덤불처럼 잔인한 감옥일 수 있음을 역설한다.
2013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독립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된 <만찬>은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노부모의 처지, 명예퇴직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와중에도 노부모는 물론 동생들의 사정까지 염려해야 하는 장남의 입장,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사는 딸과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온전히 제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막내아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평범한 서민 가족의 현실을 보여준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밥 한 끼를 먹기가 힘든 시대, <만찬>의 가족들이 꿈꾸는 만찬 역시 소박한 밥상일 뿐이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만찬>의 가족을 통해 저마다의 처지를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역사와 종교를 넘어 사회문제까지 아우르며 독립영화 속 가족의 모습이 새삼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만찬>은 지난 1월 23일 개봉 이후 전국 개봉관에서 절찬상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