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북 고위급접촉 회담의 협상학적 의미와 과제
[칼럼]남북 고위급접촉 회담의 협상학적 의미와 과제
  • 정인호 칼럼리스트
  • 승인 2015.08.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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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는 한국경제 및 중앙경제 칼럼니스트, SERI CEO[성공을 부르는 협상의 기술] 전문강사, 한국표준협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글로벌 기업 및 공기관 등 1,000여 곳의 기업과 기관에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대표 저서는 《협상의 심리학》,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다음은 없다》,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이 있다.

[뉴스토피아 = 정인호 칼럼리스트] 지난 8월 25일 새벽 남북고위급이 긴장상황에서 협상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는 무박 4일, 장장 43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 협상은 “비교적 잘한 협상이다”라고 65%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더불어 우리 정부의 역할도 높이 평가했다. 필자또한 정부의 노력에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 법. 이번 회담을 협상학적 관점에서 의미를 살펴보고 다음 과제를 위한 대응책을 수렴해보자.

먼저, 남과 북의 협상 최대사안은 무엇이었을까? 남측은 북측의 지뢰폭발사건에 대한 사과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반대로 북측은 우리의 대북심리전방송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합의문 2번을 보면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진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함’이라고 표기되어있다. 유감의 표명은 실질적인 사과라고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한은 수많은 도발을 일삼았지만 사과와 유감을 표명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실질적 사과는 아니지만 유감의 표명도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발장지 약속에 대한 내용이 없다. 북한의 불법 도발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013년 8월 북한은 권력이 세습된 후 한•미 군사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때 우리 정부는 원칙협상(principled negotiation)을 고수하면서 결국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물론 재발방지 약속까지 받아냈다. 이번 한반도의 긴장상황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원활하게 가동된 이유도 바로 이런 재발방지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협상에서도 그 원칙이 고수되어야 했다. 하지만 북측은 자신들이 원하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최대사안을 확보했다.

두 번째 협상 상대를 살펴보자. 이번 협상은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했다. 하지만 당초 북한은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접촉을 총괄할 예정이었지만 우리 측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끌어들였다. 이는 매우 잘한 판단이었다. 왜냐면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북한 권력서열 2위이자 군서열 1위다. 지난해 5월 총정치국장 자리에 올라 군 조직을 장악했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이어 노동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자리까지 차지했다. 특히 북측의 카운터파트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관진 실장과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처음 만나 오찬을 함께 하고 협의를 갖는 등 탐색전을 가진 바 있다.

아울러 김관진 실장이 자신감을 갖고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특유의 뚝심에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권한위임 전술이 제대로 적용했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김관진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발탁된 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총 3년반 동안 국방업무의 수장으로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의미를 살펴보자. 남과 북, 어느 쪽이 더 절박했을까? 양쪽모두 절박했다. 하지만 북측이 더욱 절박했다. 북측의 김정은 체제가 권력구조 측면에서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보면 남은 과제는 경제문제가 우선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협상에서 북측이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대화의 틀을 깨지 않고 협상에 임한 것도 이런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측에서 시간을 더 끌어야 했다. 시간을 끌수록 북측이 더욱 불리한 구조 속에 있었다. 당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있었다면 사재기하고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협상 시간이 길어지면 북측 주민들이 동요될 수 있다. 외부 정세에도 좋지 않다. 다음달 3일이면 베이징에서 중국의 항일승전 7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가 열린다. 북한은 이 행사기간까지 협상을 하거나 전승절 행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그나마 북한을 안아주던 중국까지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은 25일 밤 00시 55분에 타결되었다. 왜 25일 이었을까? 북한에게 25일은 55돌 선군절이다. 선군절은 1960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25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진입한 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방문한 것을 선군혁명 영도의 출발점이라고 선전하면서 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북한은 김정일의 선군정신을 강조하면서 이를 이어받는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대표적인 성과로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잘 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숙제다.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나아가 남북경제협력과 정상회담까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뉴스토피아 = 정인호 칼럼리스트 / nwtopia@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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