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보증금 어떻게 돌려받지?
[칼럼] 내 보증금 어떻게 돌려받지?
  • 정인호 칼럼리스트
  • 승인 2015.08.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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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호 칼럼니스트VC경영연구소 대표
삼성경제연구소 전문강사, 한국표준협회 수석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협상의 심리학』,『HRD 컨설팅 인사이트』,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상대와 소통하고 설득하는 법』이 있다.

[뉴스토피아 = 정인호 칼럼리스트] 시작에 앞서 다음의 게임을 해보시기 바란다. 당신은 10만원의 지폐를 집은 다음 아무나 두 명씩 짝을 짓는다. 배우자, 직장 동료, 아이들도 무방하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라. “30초 안에 둘 사이에 10만원을 나누는 방법을 협상할 수 있으면 그 돈을 주겠다. 단 협상할 때는 다음의 3가지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① 5만원씩 공평하게 나눠서는 안 된다. 즉, 5:5로 나눠서는 안된다.
② 일단 7만원 vs 3만원이나 6만원 vs 4만원으로 나눈 다음 상대방에게 차액을 나중에 주겠다고 해서도 안된다.
③ 단, 30초 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다시 10만원을 내놓아야 한다.

정해진 30초 안에 당신은 어떻게 협상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은 지지 않고 이기기 위해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 문제를 협상 워크숍 시간에 진행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준비할 시간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6:4 또는 7:3, 4:6 또는 3:7로 논리적인 전개방식을 펼친다. 하지만 이 결론은 한 사람이 이기면 다른 사람이 지는 전형적인 Win-Lose 게임이다. 그렇다면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Win-Win 게임’으로 협상을 마무리 할 수는 없을까?

본 게임의 규칙에는 상상력을 동원해 연구하지 말라는 내용은 없었다. 즉, 10만원에 금액을 더하지 말라고 한 규칙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10만원에 추가로 1만원을 더한 다음 11만원을 나누어보면 어떨까? 1만원을 더한 사람이 6만원을 갖고, 상대방이 5만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0만원을 나누기 전에 협상 액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양쪽이 모두 승리하게 된다.

어떤가? ‘10만원이라는 틀 속에서 나누어야 한다.’는 조건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 걸음 물러나 새로운 시각을 통해 그 상황을 살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제 3의 대안 및 제 3의 인물을 개입해야 한다.

이를 현실적인 사례로 접목해보자. 1999년 미국 케이블TV 업계 4위였던 ‘미디어원(Media One)’인수를 놓고 AT&T와 컴캐스트(Comcast)의 치열한 경쟁전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두 회사의 경쟁으로 미디어원은 한껏 기고만장해졌다. 여러 가지 조건에서 컴캐스트를 이길 수 없었던 AT&T는 협상상대를 미디어원에서 경쟁자인 컴캐스트로 바꿔버린다. AT&T와 컴캐스트는 미디어원으로부터 원하는 것이 서로 달랐다.

즉, AT&T는 미디어원으로부터 케이블망을 원했고, 컴캐스트는 미디어원이 가진 고객을 원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욕구를 파악한 AT&T는 컴캐스트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이번 입찰에서 빠져주세요. 그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 3개와 200만 명의 시청자(고객)을 넘겨주겠습니다.”

결국 컴캐스트는 AT&T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땅한 인수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원은 AT&T를 선택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AT&T는 애초에 원했던 580억 달러로 미디어원을 인수하게 되었다. 이처럼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경우 제3의 대안으로 전환함으로써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원리를 일상의 협상, 즉 필자의 친구의 협상사례를 소개해드리겠다. 필자의 친구는 2년 동안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았는데, 이사를 나오고 집주인에게 한 푼의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문제는 그곳에서 나온 뒤 7개월 동안 수십 번의 전화와 메일을 보냈지만 집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시간이 나는 데로 집주인의 실 거주지를 찾아 몇 시간씩 기다려봤지만 도무지 집주인을 만날 수가 없었다.
이러다 보증금 2억 원을 고스란히 날린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에게 이 사건을 의뢰할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렇게 하자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이고 상황만 더 복잡해질 것 같았다. 친구의 상황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 불현 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친구는 집주인 여자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그녀의 페이스북 친구 리스트를 모조리 확보했다. 그런 다음 다시 한 번 집주인에게 메일을 써서 다음과 같이 정중히 물었다.

“제가 당신의 비도덕적인 행태를 당신과 지인들에게 알려도 되겠습니까?”라고.

적지 않은 2억 원의 보증금을 자칫하면 떼일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던 친구로서는 자신의 행위가 협박이나 공갈이 아닐까 하며 도덕적으로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아무튼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의 계좌에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협상이 교착상태이거나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경우 제3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활용해 보시기 바란다.

끝으로 다음의 문제를 풀어보라.

17을 1/2, 1/3, 1/9로 각각 나누어 보라. 17이라는 틀 속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만약 이 상황에서 1을 더 추가해서 18로 만들어 1/2, 1/3, 1/9로 나누어 보면 어떨까. 결국 19, 6, 2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남은 1을 원래 자리로 갖다 놓는다. 17과 2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집주인과 협상 틀 속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가 없다. 따라서 협상의 교착 상태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제 3의 대안이나 제 3의 인물을 개입시켜보라. 겉보기에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협상의 지렛대가 되어줄 수도 있다.

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저자
 


[뉴스토피아 = 정인호 칼럼리스트 / nwtopia@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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