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분노조절장애' … 보복운전, 정신질환인가?
도로 위의 '분노조절장애' … 보복운전, 정신질환인가?
  • 김유위 기자
  • 승인 2015.08.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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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서재석 "분노조절장애, 한국사회 특유 '사회적 원인'이 발현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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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피아 = 김유위 기자] 최근 분조조절장애로 인한 각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도로 위에서 운전자가 난폭하게 바뀌는 이른바 '보복운전(Road rage)'은 요즘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사회문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보복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뉴스토피아에서는 도로 위에서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는 보복운전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분노조절장애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재석 원장을 만나 들어봤다.

Q: 분노조절장애의 정의는 무엇이며,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것도 포함되는 것인지?

A: 우선 분노조절장애의 정의를 말하기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분노조절장애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진단명은 아닙니다. 공식적인 진단명으로는 분노 조절 역시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충동조절장애라고 할 수 있고, 이 중에서도 '간헐적 폭발장애'나 '외상후 격분장애'가 분노조절장애와 가장 유사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러한 용어들로 쓰이고 있습니다.

분노조절장애를 정의해보면, 일단 벌어진 사건에 대하여 부당하게 생각하고, 부당하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울분을 토하고 좌절하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또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등 행동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다툼, 기물 파손, 동물이나 사람 등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것은 여러 진단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충동,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를 확인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정신과적 질환인 우울증, 조울증, 알코올 중독, 인격장애 등 여러 진단에서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즉, 감정조절이 안 된다고 하여 무조건 정신질환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앞서 말했듯 여러 진단에 해당사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선천적 원인인가, 후천적 원인인가?

A: 분노조절장애는 선천적, 후천적 원인 두 가지 모두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유전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화를 잘 내거나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폭력적인 사람이 있다면 유사한 증상들이 나타날 확률은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후천적으로 이러한 폭력적인 환경에 어린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자존감이 낮고, 사랑받거나 인정받은 경험이 적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모욕과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되면 쉽게 분노를 표출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복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사회적 현상을 살펴볼 수 있는데, 한국 특유의 조급증, 일등 제일주의, 집단 이기주의, 개인적인 성향과 초등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에서까지 보이는 '과잉경쟁구도'의 문화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지 못했을 때, 분노가 다른 곳에서 표출될 수 있습니다. 또 사람들은 우울한 감정보다 분노의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길 원하고 그러한 환경에 SNS 발달이 더해져 분노가 팽창되고 전염될 수 있습니다. 이에 예전보다 분노의 감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또다른 분노를 야기할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또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뇌에는 세르토닌이라는 물질이 충분히 있어야 스트레스, 불안, 우울감을 사라지게 하고 분노의 감정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결과에서도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사람의 뇌를 관찰해보니 전두엽에서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람에게 세로토닌을 높여주는 항우울제를 투여하면서 그 폭력성이 줄어드는 것을 볼 때, 신경전달물질의 영향도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심리적, 사회적, 생물학적으로 매우 다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최근 우리사회에서 '분노조절장애'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고 있는 '보복운전'도 분노조절장애의 일부로 볼 수 있나요?

A: 물론 볼 수 있습니다만, 운전대를 잡으면 과격하게 변한다고 모두 분노조절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됐던 삼단봉 사건이나 홧김에 고속도로에서 일부러 급정거를 해서 연쇄추돌로 이어졌던 사건 등의 가해자를 면담해 본다면, 앞서 말씀드린 정신건강의학적 진단에 속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운전할 때, 성격이 변한다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자동차만의 특이한 상황때문이기도 합니다. 운전할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하고 화장을 고치는 등 자동차는 매우 사적인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적인 공간인 자동차에 누군가가 끼어들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공간에 침범을 당한다라고 생각해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그럴 때 보통 사람들을 잠시 화가 난 후 가라앉지만, 만약 분노가 계속돼 그 차를 쫒아간다거나 집에 돌아와서도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아 다른 화로 이어진다면 이는 필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확인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의 빈도수와 만약 분노조절장애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A: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시한 2015년 자료에 의하면, 분노조절장애 환자수는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약 32%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병원에서도 역시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내원하는 환자수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노조절장애로 진단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며, 앞서 말씀드린 다른 정신과적 질환 우울증, 조울증, 알코올 중독, 인격장애 등으로 진단 받는 경우가 많고 입원 및 외래에서 약물치료 등을 통해 좋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화풀이를 하면 분노가 해소될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화를 내게 되면 오히려 분노의 감정이 강화됩니다. 화를 내는 것 자체도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화를 내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다시 뇌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됩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에는 코티졸과 아드레날린 등이 있는데, 이것은 건강에 치명적이며 특히 심장에 치명적인 위험을 가합니다. 이 호르몬들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혈압을 높이며 심장병의 확률을 매우 높인다고 보고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연구에 의하면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으 3배, 심장마비가 생길 위험은 5배나 높다고 발표한 것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은 면역체계를 무너뜨려 암발생의 위험성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Q: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하는 방법과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면?

A: 분노조절장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분노조절이 되지 않아 폭력적으로 변하는 상황은 정신건강의학 진단에서 공통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분노조절이 안돼, 이로 인해 직업적·사회적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심각한 상황아라면 입원치료를 통해 스트레스가 되는 환경을 차단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화가 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폭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5초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굉장히 효과가 좋기 때문에 잘 기억해주시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 활용하길 바랍니다. 화가 나는 상태에서는 절대 객관적이지 못하고 현재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는 상대의 약점을 건들거나 헐 뜯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위해 '15초법'은 화가 나는 일에 곧바로 반응을 하지 않고 화를 나게 한 자극과 반응 사이에 시간을 두는 것을 말합니다. 즉, 화가 나는 상황에 자신이 처했을 때 3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12초 동안은 아주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그럼 거짓말처럼 처음보다 훨씬 상황이 이성적으로 판단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말을 논리적으로 할 수 있게끔 감정이 수그러들 것입니다.

Q: 만약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과 갈등이 빚어질 경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A: 여기서 우선 기억해야 할 것은 절대로 그 사람과 맞서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은 긍정적인 열마디 말보다 부정적인 말 한마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더 잘 기억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듯 우리 뇌는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신호에 훨씬 더 민감합니다. 분노에 분노로 대응한다면 십중팔구 싸움으로 번지거나 관계가 깨집니다. 상대방을 쓰러뜨린다고 한들 당신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분노를 가라 앉은 상태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추가적으로 꼭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A: 분노라는 감정이 꼭 잘못된 감정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면 이것은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분노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긍정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분노가 일어난다고 전부 분노조절장애라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화가 조절되지 않고, 화로 인해 인간관계 및 직업적·사회적으로 점점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신체적인 조기 검진을 하듯, '마음의 조기 검진'을 두려워 마시고 본인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최근 인식이 많이 바뀐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뉴스토피아 = 김유위 기자 / kyw@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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