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피아 정인옥 기자]1987년 군 복무 중 숨진 김용권씨의 죽음에 당시 보안부대의 프락치(밀정) 활동 강요와 가혹행위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영향을 줬다며, 이는 '국가적 타살'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4일 열린 제87차 위원회에서 '김용권 군의문사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피해자 인정)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의 모친은 당시 서울대에 다니다가 입대한 김씨가 자대 내무반에서 목을 매 변사체로 발견된 것에 대해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기관에서 확보한 사건 관련 기록물, 신청인 진술, 기존 조사기관의 조사내용, 당시 보안부대 관계자들의 진술과 추가 확보한 보안사령부 자료, 가해자로 지목된 보안부대 상사 추모씨의 진술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추씨 등은 보안사령부의 '학생운동 수배자 검거 지시'와 보안부대장의 '데모학생 첩보 제출' 훈시를 듣고 김 씨를 호출해 불법감금 후 프락치 활동 강요와 구타 등 가혹행위로 경위서 14매를 제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위서에 기재된 명단을 학생운동권 지명수배자 명단과 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보안부대의 프락치 활동 강요와 지속적인 구타 등 가혹행위로 인해, 학생운동에 적극적이었던 김씨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신체적 고통을 줬다"며 "국가적 타살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안사령부가 가혹행위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왜곡해 비관 자살로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고도 지적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보안사령부는 6군단 헌병대의 '추씨 상사 호출 및 고문'이라는 예하 보안부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통보받는 등 관련 사실을 인지했으나 보안부대 연행 조사 사실과 가혹행위가 없는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방부 등 국가에 대해 '병역의 의무'를 악용해 중대한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해 김씨와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해 배상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앞으로 병역의무 이행과정에서 정권유지 등을 사유로 부당한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