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인옥 기자]법원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 한정석)는 21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하모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오랫동안 강제 수용돼 고통의 시간을 보낸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이 사건의 불법행위는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거나 허가, 지원, 묵인 아래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 침해 사안이며, 그 위법성 정도가 중하고 다시는 이 같은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할 필요성이 크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정하고 현재 원고의 정신장애 유무 등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소 증액해서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고 판결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설립부터 1992년 폐쇄까지 부랑인 단속과 수용을 이유로 경찰 등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복지원에서는 강제노역을 비롯해 살인, 폭행 등 여러 인권 침해 행위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지난 2021년 5월부터 정부를 상대로 여러 차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또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형제복지원은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라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됐다. 이 기간 복지원에는 모두 3만8000여명이 입소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657명이 사망하고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 행위 등이 일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