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삼성SDI와 현대자동차가 7년에 걸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회동한 지 약 3년 만의 결실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23일 밝혔다. 공급 물량은 전기차 50만대분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EV9, GV60, GV70 등 다수의 전기차 모델에 SK온 배터리를 채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나EV와 아이오닉6 등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삼성SDI로부터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3사로부터 모두 배터리를 공급받게 됐다.
이번 계약의 시작점은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이 삼성SDI 배터리 공장에 정 회장을 초청했고 두 사람은 향후 현대·기아차가 생산할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를 쓸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 교류와 선행과제 수행 등을 이어오며 상호 이해도를 높인 끝에 이번 계약 체결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을 통해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이자 ‘글로벌 빅3’인 현대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하는 한편, 향후 협력 확대 기회를 열어 둠으로써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현대차에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공급하게 된다. P6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1%로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P6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자동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두 회사 간 협력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각형배터리를 통한 배터리 폼팩터(외형별 분류)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그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으로부터 파우치 배터리를 공급 받았다. CATL로부터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었는데 이번에 삼성SDI까지 각형 배터리 공급사가 된 것이다. 양사는 향후 차세대 배터리 플랫폼 선행 개발 등 협력관계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