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참가자] 지난 4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참가자들이 검찰조사과정의 부당함과 인권침해, 공소사실 조작 등을 고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피해자들은 그간 검찰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재판과정에서의 불이익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이 문제들을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하게 된 것은, 구린 구석이 충분히 많이 있는데도 먼저 공소장을 퍼뜨리고 언론 플레이를 시도한 검찰의 오만함 때문입니다. 우리는 피의자 신분이지 범죄자가 아니며, 인격이 존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문제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로 “세월호추모청년모임”이라는 존재도 근거도 없는 괴단체를 경찰이 창조하고 검찰이 살을 붙여 공소장에 써넣은 점, 둘째로 세월호가 침몰하기도 전에 이미 수감되어 있었던 병역거부자 박정훈 씨에게 세월호추모시위를 주도했다는 말도 안되는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한 점, 셋째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20살 가량의 청년들만 골라 “반성문”을 쓰게 한 점입니다. 검찰은 언론을 통해 이중 두 가지, “세월호 추모 반성문” 사건과 “세월호추모청년모임” 공소사실 조작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입장을 밝힌 후, 우리는 기자회견 이전보다 더 큰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의 해명이 명확히 거짓일 뿐 아니라, 거짓말을 “그럴듯하게”하려는 노력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반성문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종이를 줬더니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필로 반성문을 썼다”는 해명은, 거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더라” 수준의 질 나쁜 농담이며, 언론과 국민에 대한 조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검찰 측의 이 조롱에 가까운 “해명”이 얼마나 해괴한 것인가에 대해 따지고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 “세월호 추모 반성문” 사건에 대하여
4일자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에서 자백한 내용을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본인이 검찰에 나오겠다고 했고, 종이를 줬더니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필로 '반성문'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3류 소설에 집어넣어도 개연성 부족에 억지 설정으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을 대사입니다. 이런 대사를 “왜 말이 안되는지” 굳이 설명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수치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굳이 찾아오겠다고 하는 피의자를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생을 아무리 떳떳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검찰 조사 앞에서는 위축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부르지도 않았는데 굳이 오겠다고 하는 피의자를 만나주는 한가한 검찰도 상상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피의자가 종이에 자필로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고, 시키지도 않았으면서 굳이 말리지는 않았던 검찰수사관의 존재도 심각한 설정 미스입니다. 심지어 시키지도 않은 반성문을 써왔는데, “내용이 부족하다”고 고치라고 지시한 점, 그리고 내용의 부족을 문제삼으면서 정작 “반성문”이란 제목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던 점은 더욱 납득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녹취록을 통해 검찰의 해명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은 드러났습니다만, 경향신문을 통해 녹취록의 존재가 보도된 이후 검찰의 해명은 그야말로 치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반성문 요구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검사가” 직접 그러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자면, 이 사건은 검사의 명령을 위장한 수사관의 단독범행인 셈입니다.
오늘(5일)자 헤럴드 경제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어제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 수사관이 권익위가 주관하는 해외시찰에 따라나가 (그에게)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담당한 검사에게 확인한 결과 검찰 출석시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에 그대로 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해당 수사관과 연락 시도중이나 시차문제로 연락이 지금 닿지 않는다”는 시간 벌기 알리바이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고작 반성문 하나를, 갓 대학에 입학한 청년에게서 얻어내기 위해, 수사관이 검사의 요구를 사칭까지 했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습니다. 이미 이 반성문 사건과 검찰의 거짓말은 충분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세월호 추모 반성문 사건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검찰의 “반성문” 뿐입니다. 검찰은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는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반성문을 제출하시기 바랍니다.(출처: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 참가자)
반복되는 검찰의 허술한 거짓말과 언론의 침묵동조에 대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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