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사고가 한빛 원전 3호기에서 발생했다. 원전에 부적합 합금인 ‘인코넬600’ 재질을 사용한 증기발생기 세관이 손상되어 1차 계통의 냉각재가 2차 계통으로 시간당 15.3리터정도로 흘러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2차 계통의 복수기에서 리터당 33만1,520베크렐(Bq: 1초에 한 번 핵붕괴하는 방사성물질의 방사능 세기)의 방사능이 감지되었다. 1차 계통의 방사성물질이 2차 계통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흘러들어간 방사성물질은 증기발생기의 안전밸브나 터빈을 통해서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핵종이 얼마나 외부로 유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증기발생기 세관 손상사고는 심각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개의 세관이 동시에 파열되면 핵연료봉을 식히는 냉각재가 대량으로 유출되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비상노심냉각장치로 냉각재를 보충한다고 하더라도 파열된 세관으로 냉각재가 금방 빠져나가 냉각장치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다른 자연재해나 인적 실수 등이 더해진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증기발생기는 1차 계통의 열을 2차 계통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8천여개의 세관(한빛 3호기의 경우 8,214개)을 가지고 있다. 직경 2센티미터, 길이 20~30여미터 가량으로 두께는 1미리미터밖에 되지 않으나 고온 고압과 화학적인 부식환경을 견뎌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 23기 중 19기는 가압형경수로인데 1차 계통의 압력은 150기압이다. 이는 2차 계통과 100기압 가까운 압력차이가 나며, 320도씨 가량의 고온 및 산성, 알칼리수 등과 같은 화학적 환경 때문에 증기발생기 세관의 금속부분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강력한 합금재질로 증기발생기를 제작한다.
하지만 ‘인코넬 600’ 재질은 균열에 취약해 세계적으로 14건의 세관파열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인코넬 600’ 재질로 만들어진 한울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 세관에서도 2002년에 파단(파열되어 잘려나감) 사고가 발생해 우리나라에서도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한울 3호기와 4호기의 증기발생기는 문제가 된 세관들을 관막음하다 결국 2011년부터 교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동일한 재질의 한빛 3, 4호기의 증기발생기는 세관 균열이 감지되어 관막음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기준치에 도달하고 있지 않았고 증기발생기 교체도 2019년 이후로 미뤄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누설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인코넬 600합금은 세계적으로 원전에 부적합 합금으로 판명되어 발전사가 제작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부적합 합금을 이용한 원전이 국내에는 14기(고리 1, 2, 3, 4, 영광 1, 2, 3, 4, 5, 6, 울진 1, 2, 3, 4)에 이르는데 이제 겨우 고리 1, 한울 3, 4호기만 교체했을 뿐이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증기발생기 교체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14건의 세관파열사고 발생, 원전 부적합 판정에 손해배상 청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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