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민생을 걱정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입니다. 우리 역시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바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4월 16일 아이들 소식을 듣고 직장에서 달려 나간 후 아직 직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같은 마음으로 바랍니다. 그런데 정부가 경제활성화법안이다 민생법안이다 말하는 것들이 우리 같은 서민들 살림살이를 어떻게 나아지기 하는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마치 세월호 특별법이 민생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얘기할 때마다 우리는 속상합니다.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각 정당의 입장을 모아 토론하는 역할을 가장 게을리해온 새누리당이야말로 민생의 발목을 잡아온 것입니다.
내일로 국정조사 일정이 끝납니다. 밝혀진 것도 거의 없이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심재철 의원이 한 달 동안 한 일이 없다고 활동비를 기부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참 어이가 없습니다. 심재철 의원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입니다.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는 데에만 연연하며, 개인적인 소신인 양 기부 사실을 내세우는 게 위원장의 태도입니까? 한편, 정부는 재난대응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는데 무슨 내용인지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족과 국민이 어떤 의혹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진실을 밝히고 싶은지, 어떤 위험을 느끼고 있으며, 어떤 안전을 바라고 있는지, 한 마디 듣지도 않고 진행되는 이 모든 정치권의 움직임이 참으로 유감입니다.
많은 분들이 추석이 다가오는 것을 걱정해 주십니다. 작년의 추석처럼 올해의 추석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과, 걱정해준 친척들과 차례 음식 나누며 조용히 지내고 싶기도 합니다. 특별법을 제정해놓고, 우리 가족들이 모두 진도의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러 가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 청와대의 응답을 듣기 전에 여기를 떠나지는 못하겠습니다. 특별법은 진실과 안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알며 여기까지 왔는데 시작도 못하고 떠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바쁜데 어떻게 다 만나 주냐며 우리를 비난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러면 언제든지 만나러 오라 한 대통령이 잘못한 것 아닙니까. 우리 가족들의 면담 요구를 거부하는 시간만큼 대통령이 잘못하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첩첩이 쌓여가는 대통령의 책임을 어떻게 다 감당하시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을 어떻게 지려는 것인지 기다리겠습니다. 국민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유민 아빠가 단식을 풀었지만 국민단식을 이어가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더욱 위로를 받고 든든합니다. 우리가 여기 앉아있는 것이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진실과 안전을 위한 것임을 국민 여러분이 알아주시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은 다만 법을 만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로 나아갈 힘을 확인하는 문제입니다. 모두를 위한 진실과 안전을 만들어나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약속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국민 여러분,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그리고 8월 30일 광화문으로 모여 주십시오. 우리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청와대 면담을 요구해주십시오.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청와대는 응답하라고 함께 외쳐주십시오. 그리고 청와대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함께 행진해주십시오. 광장에서, 거리에서 우리와 함께 진실과 안전을 약속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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