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3살 노동자 황유미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20살 삼성에 입사해 3년만의 일이다. 삼성에 들어가기 전 건강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화학약품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름도 모를 화학약품들이 그득했던 공정은 건강했던 그녀를 병들게 했다. 같은 라인에서 일했던 이숙영, 같은 공장에서 일했던 엔지니어 황민웅 등 병명만 다를 뿐 하나같이 젊은 노동자들은 삼성에서 일하며 병을 얻었다. 이들의 죽음을 시작으로 삼성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제보를 해오기 시작했다. 제보된 노동자만 233여 명, 사망한 노동자는 98명(삼성그룹 내 전자산업 부분 계열사, 2014년 8월 기준). 삼성은 젊은 노동자들의 꿈을 집어삼킨 노동자들의 킬링필드였다.
그렇게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젊은 노동자들이 죽어간 삼성의 현실을 알아달라고 울부짖었다. 삼성을 쫓아다니며, 이 문제를 책임지라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개인 질병이고, 반도체 공정은 깨끗한 곳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였다. 하지만 직업병은 삼성과 무관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은 고 황유미, 고 이숙영 님에 대하여 산업재해를 인정하였다. 1심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에 최초로 산재신청을 한 이후로 4년 만에 받은 산재인정 판결(2인 승소)이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여 또 다시 긴 법정 다툼이 시작되었고, 오는 8월 21일 드디어 3년 만에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다.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의 7년의 싸움. 삼성 직업병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직업병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 연극, 책 등도 만들어졌다. 피해자 가족들의 싸움과 사회적 여론으로 인해 삼성은 처음으로 직업병 사과를 하였고, 교섭을 하자는 진전된 태도를 취하였다. 하지만 몇 차례 진행 된 교섭 과정 속에서 삼성은 진정성 있는 사과,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교섭 대상 8명에만 초점을 맞춰 보상을 중심으로 교섭을 이끌어 가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이 7년을 싸운 것은 보상이 아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공정, 그리고 직업병에 대한 진실된 사과이다. 또한 더 많은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이번 8월 21일 판결이 중요하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 원고 5인 뿐 아니라, 더 많은 피해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올바로 내려져야 한다. 피해자 가족이 싸워 왔던 7년, 지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헤아리는 판결이어야 한다. 지난 7년 동안 삼성 직업병의 산 증인이었던 노동자들이 죽어갔다. 아직도 투병을 하며 살아도 산목숨이 아닌 이들의 고통이 가득하다. 더 많은 이들이 죽어가기 전에, 더 많은 이들이 투병으로 지치기 전에, 그들의 삶을 지켜줄 수 있는 올바른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피해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사회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 판결을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고통을 멈춰야 한다.
교수학술4단체: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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