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삼성 직업병 대책마련을 위한 4차 협상에 대한 반올림 입장
[논평] 삼성 직업병 대책마련을 위한 4차 협상에 대한 반올림 입장
  •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 승인 2014.07.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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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측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차기 교섭은 진전된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

▲ 뉴스토피아DB
반올림은 지난 16일 삼성전자와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제4차 협상을 가졌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제3차 협상이 양측의 입장차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4차 협상부터는 세 가지 의제인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사측의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자리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삼성 측이 4차 협상에 임하는 태도는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실망스러웠다. 

첫째, 지난 교섭에서 반올림은 "세가지 의제가 모두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삼성은 "쉬운 보상 논의 부터 먼저 한 후 협상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다른 의제를 논의하자"며 정작 '사과'에 대하여는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교섭이 끝난 후 삼성은 언론을 향해 "반올림측이 사과 문제에 매달리느라 시간이 다 갔다"고 했지만 실제 '사과' 논의가 길게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의 준비부족이었다. 교섭의 첫 번째 안건이었던 ‘사과’ 에 대하여 반올림은 권오현 대표 등의 사과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으므로 좀더 구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즉 '안전보건관리에 소홀했던 점', '산재신청을 방해했던 점 '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사과할 것을 거듭 요구하였다. 그러나 삼성은 "사과는 이미 세 차례나 했다”, “쉬운 보상 논의부터 먼저 하고, 사과 부분은 교섭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논의하자"는 말만을 반복하였다. 결국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삼성은 지난 교섭 이후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최소한의 고민조차 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황상기 교섭단장 등 교섭에 참여하는 피해가족들로서는 삼성의 그러한 불성실한 태도에 크게 실망할수 밖에 없었다. 김은경 교섭위원(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백혈병 피해자)은 “사과 문제가 왜 안 중요합니까. 우리가 회사 다닐 때 TCE를 맨손으로 취급하면서도 그게 (유해한) 화학물질이라는 것조차 몰랐어요. 어떤 안전교육도 없었습니다. 그런 거 사과해야한다는 말입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측은 사과 문제가 쉽지 않다며 나중에 논의하자고 할 뿐이었으나, 반올림은 논의의 진전이 있으려면 우리의 요구내용 중 어떤 부분이 어떤 사유로 어려운 것인지라도 밝혀야 한다며 최소한 성실하게 고민하는 자세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니냐며 따졌다. 결국 2시간여 지리한 공방이 이어진 끝에, 삼성이 차기 교섭에는 반올림의 사과 요구에 대해 항목별로 입장을 정리해 오기로 하고 다음 논의가 이어졌다. 

둘째, '보상'과 관련하여 반올림은 기존의 요구안에 따른 보상을 재차 요구하였으나 삼성 측은 보상위원회 설치만을 강조했다. 

반올림은 이미 1차 본 교섭부터 줄곧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는 8명의 피해가족 뿐 아니라 산재 신청한 사람 모두가 보상 대상이 되어야 하며, 산재신청을 하지 못한 피해자에 대하여는 삼성전자가 운영 중인 ‘퇴직자 암 지원제도’를 확대ㆍ개선하여 보상해야 한다.’ 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삼성 측은 교섭에 참여하는 8명에 대해 우선 보상 논의를 하고 나머지는 심사기구인 보상위원회 설치하여 질병 종류, 업무내역 등을 따져 보상하자는 기존의 제안을 고수했다. 

보상 범위에 대한 반올림 요구안의 핵심은 교섭에 참여하는지 여부를 떠나 모든 피해자에게 신속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산재신청자 외의 피해자들 중에는 근무내역, 질병 등을 특정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는 반면, 산재신청을 한 피해자들은 모두 이를 특정할수 있고 산재신청에 이르는 과정과 산재 신청 이후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평가받는 과정에서 회사로 부터 받은 추가적인 피해(산재신청 방해ㆍ회유ㆍ협박,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 왜곡ㆍ은폐 등)가 분명히 있어왔으므로, 산재신청자 전원에게는 즉시 합당한 보상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은 보다 많은 이들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아무나 다 보상할 수 없다", "산재신청을 했다고 무조건 보상해야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업무내용, 질병의 종류 등을 따져 보상대상자를 다시 골라 내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태도는 삼성이 그동안 업무환경은 제대로 평가ㆍ관리하지 않은채 노동자의 산재신청은 적극 방해하며 일으켜온 직업병 문제에 대해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볼 수 없다. 특히 보상위원회 신설은 보상 범위와 내용을 직접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교섭장이 있음에도 또 다른 기구를 만들고 운영하자는 것으로서 '신속한 보상’ 자체를 가로막는 제안이다. 다행스럽게도 삼성 측은 반올림의 보상요구안에 대해 다시 검토하여 차기(5차) 협상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재발방지대책'에 대하여는 이번 교섭에서 논의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만큼, 차기 교섭에서는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논의부터 하기로 약속하였다. 

차기 교섭에서는 이번 4차 교섭보다 진전된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 아울러 삼성은 이번 교섭이 삼성전자의 고도성장 그늘 아래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을 위해 열린 자리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한 삼성에게는 본 협상의 의제로 약속한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전부에 대해 성심성의껏 임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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