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고용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고용형태 공시제를 통해 재벌 대기업들이 위험을 외주화하고,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 왔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재계는 반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제도를 무력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총은 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고용형태 공시제 참여 여부를 비롯해 여러 가지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시험 봐서 시험점수 낮게 나왔는데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에 잘 볼 생각은 안하고 시험을 아예 안 보겠다는 꼴이다. 그러면서 비난받을 게 걱정은 됐는지 비정규직 처우 개선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 시험은 안 보겠지만 공부는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왜 믿어지지가 않는 걸까.
재계는 그간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경직돼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번 공시를 통해 드러났듯이 대기업 노동자의 37%가 사내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고, 상시 근로자가 5천인 이상인 중공업과 건설 대기업의 '소속 외 노동자' 비율이 60%를 넘고 있다. 결코 경직됐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고용불안정만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복지혜택에서도 차별 받는다. 그리고 더 위험한 일로 내몰린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마음껏 써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개되지 않아서 맘 놓고 있었는데 이제 만천하에 드러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응책이라는 것이 오히려 고용공시제 참여 거부라니 낯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대기업은 경영환경이 열악한 중소 영세 사업장들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지불능력도 충분하고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감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재벌 대기업들이 스스로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하여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 그것이 고용형태를 공시하는 진정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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