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 28일 새벽 5시를 십여분 남기고, 사용자측 위원 9명이 모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공익위원 쪽에서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5,580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사용자 위원들이 모두 나간 상태에서 표결을 진행했고 2015년도 적용 최저임금 5,580원이 결정되었다. 올해 대비 7.1% 인상, 370원 인상된 금액이며 월 단위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월 209시간) 사업장 기준으로 116만 6220원이다.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6,488원인 현실에서 한끼 밥값도 안되는 최저임금, 카페에서 한 시간 내내 앉을 틈 없이 일해도 허니브레드 하나 사먹을 수 없는 금액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정되었다. '370원' 인상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밤을 지새우는 청년들, 구로와 가산에서 자신이 맡은 소임을 해내는 젊은이들에게 또 하나의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먼저 마지막까지 기만적인 수정안(0.7% 인상)을 제시하며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재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기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결정해달라고 했지만, 재계는 이마저도 고려하지 않았다.
경총은 이어 최저임금 발표를 놓고도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7%가 넘는 고율(!)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나라 걱정을 하셨다. 2013년 기준 전체 100대 기업 평균연봉 7,184만원, 대기업 평균연봉 1억원 시대다. 정말로 어려운 경제상황이 문제라면, 진심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수많은 영세 사업장들이 걱정이 된다면, 재계는 경제성장의 파이를 나누고 날로 악화되는 소득 양극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임금을 줄이는 것만이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고용 수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임금이 늘어야 소속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향상되고 내수가 살아나는 것으로 연결된다. 재벌은 돈이 생기면 투자를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소득이 늘면 소비를 한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수입이 늘면 소비로 연결하는 비율이 높다. 전 세계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대세인 분위기에서, 정부는 말로만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부터 세계적 추세를 따라야 한다.
'공익'의 역할과 책임을 방기한 공익위원들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회 양극화 해소와 저임금ㆍ빈곤 계층 보호라는 '공익'의 관점을 세우고 노사 양측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심의를 중재할 책임이 있는 공익위원들이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어떤 적극적인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공익위원은 팽팽한 노사 양측의 입장 사이에서 적정한 금액을 절충하고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의 의미에 맞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듯 매년 같은 패턴으로 2015년도 최저임금도 결론이 났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침체되어 있는 한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최악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향한 싸움은 이제부터 또 다시 시작이다. 또한 최저임금이 단순히 몇 백원 올리는 싸움이 아니라 저임금 계층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최저임금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유니온도 최저임금에 웃고 우는 청년들과 함께 최저임금 싸움을 계속 벌여나갈 것이다.
2015년도 최저임금 5,580원 결정에 분노를 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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