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 제한상영가 판정에 대한 국내 영화인들의 유감 표명 지지 선언문 발표
<미조> 제한상영가 판정에 대한 국내 영화인들의 유감 표명 지지 선언문 발표
  • 변성진 기자
  • 승인 2014.05.31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지영 영화감독(<부러진 화살><남영동1985><헐리우드 키드의 생애><하얀 전쟁><남부군> 외)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가 영화 <미조>에 대한 등급분류에서
'...폭력성의 수위가 매우 높고...비윤리적인 설정...사회의 선량한 풍속 도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있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한다.
하지만 제한상영관 자체가 없는 현실에서 그것은 사실상의 상영금지조치이다.
결과적으로 영등위는 한 영화에 대해 '상영해서는 안된다'는 사법적 판결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국민의 재산권 침해일 뿐더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사형제도, 간통죄를 사문화켜가면서 문화선진국이라는 긍지를 키워가고 있다.
우리가 염려해야 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영화 <미조>가 아니라
사문화되어야 마땅한 '제한상영가'를 내세워 우리가 문화 후진국임을 기필코 증명하려는 영등위의 권위적인 잣대이다.

김경형 영화감독(<동갑내기 과외하기><라이어> 외)
한 두번도 아니고 영등위의 행태는 봐주기 정말 어렵다. 이건 행패고, 폭력이다. 마치 그들이 도덕의 기준을 독점하고 있는 듯 행동한다. 그들은 위임 받은 권한 이상을 휘두르고 있다.
모든 영화는 관객 앞에서 공개될 권리를 가진다. 가져야 한다. 등급제가 필요한 이유는 미성년자들 때문이다. 영등위는 그것만 판단하면 된다.
영등위의 행태를 필요악 정도로 인식하고 넘어간다면 그들은 분명히 이걸 정치적으로 악용할 것이다. 이미 김곡, 김선 감독의 경우 증명된 바 있다. 심지어 고등법원에서까지 패소하고는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이건 영화인들과 관객들을 모독하는 행위인데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김기덕 감독 사태때도 영화인들은 영등위위원장 사퇴와 영등위의 완전한 민간자율화 쪽으로 의견을 모은 적이 있지만, 영등위의 부산 이전과 또 여러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효과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했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공론화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미조>의 건투를 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일본 Re:WORKS서울사무소 편집장)
현대사회의 어둡고 병든 모습을 인류 근원적인 신화의 소재로 재해석 한 잘 익은 술 맛처럼 그윽한 풍미를 지닌 영화 <미조>. 어떤 이들은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일지 모르겠으나 애써 그것을 숨기고 가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과 다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인간이 치유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유는 뭘까?

성교, 폭력, 근친상간은 인류의 근원적 모습이 담긴 신화와 같은 모습이다. 이들 소재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병들고 썩어 문드러진 모습을 꼬집어내며 남기웅만의 독특한 색감으로 스크린에 빚어 놓은 <미조>를 보며 그가 감독으로 이야기꾼으로 쉬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은 남기웅감독과 그의 신작이 반가울 따름이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 국민들은 아직 미개한 것일까? 아니면 지방선거의 후보인 모씨의 철없는 아들이 대한민국 영상물등급위원회에 특채된 것일까? 얼마 전 영화 <미조>에 내려진 ‘제한상영가’ 결정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작품을 보고 모방의 위험이 있다거나, 일반적인 사회윤리에 어긋나며 선정성, 폭력성, 모방위험 등의 요소가 과도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관객들에게 영화작품을 보여줄 기회를 제한하거나, 관객 개개인이 그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를 제한 하는 것은 진정코 미개한 영화관객들을 악으로부터 구원해주시겠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오지랖일것이다. 하지만 미개인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도 성인이라면 이 정도의 판단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마련인 것을.

국가기관인 영상물위원회가 한 예술 영화 작품의 장면 장면을 문제 삼아 ‘제한상영가’ 판정을 하는 것도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거늘 하물며 영화 전체의 내용을 문제 삼아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리는 행위는 문화선진국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예술로서의 영화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미개한 행위라고 하겠다.

시대의 아픔을, 사회의 고통을 화려한 미사여구만으로 표현할 수도 이를 통해 치유할 수도 없다. 물론 극명하게 드러낸 사실적 묘사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표현된 예술작품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려 한다거나 억지로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은 어쩌면 침몰하는 세월호 선상에서 ‘가만 있으라’고 소리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적어도 예술 창작자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판단은 그 예술작품을 향수하는 일반인들에게 자유롭게 맡기는 것이 문화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자세가 아닐까? 영상물등급에 의한 ‘제한상영가’라는 오욕스런 강제는 물론 예술과 문화의 자유로운 표현을 강제하는 그 어떤 일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영화 <미조>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결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할 것이며, 예술과 문화에 있어 이와 같은 ‘가만 있으라’고 윽박지르는 그 어떤 형태의 압력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합리한 결정에 대해 가만 있어선 더더욱 안 될 것이다.

강성률 영화평론가(광운대학교 교수)
남기웅 감독의 <미조>를 봤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최고의 한국 B급영화가 될 것 같다.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성과 폭력에 대한 복수와 파멸을 섬뜩하도록 끔찍하게 그려낸다. B급 영화의 특징처럼, 우리 시대의 금기를 가볍게 넘어서면서, 묵직하게 그 너머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장면장면이 수많은 상징의 재현일 정도로 촘촘한데, 이를 통해 결국 이 영화는 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가부장 질서가 공고화된 우리 시대의 문제와 파멸을 자동적으로 연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끝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정면 승부. 정말로 묵직한 영화.

그런데 이 영화가 제한상영가를 받았다(고 한다). 참, 어이없다. 신화적 상상력을 리얼리즘의 잣대로 평가한 심의위원들의 잣대 또는 인식. B급 영화의 쾌감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근친상간과 폭력, 성기 노출 때문에 미풍양속과 건전한 사회 의식에 위반한다는데, 왜 성인들이 당신들의 잣대 때문에 이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지도 못해야 하는가? 그런 기회마저 박탈당해야 하는가? 만약 감독 스스로 몇 장면을 잘라 재심을 받아 낸다면(나는 이것에 극구 반대한다.), 이 영화의 위반적 상상력은 분명 약화되어, B급 영화로서의 묘미도 줄어들 것이다. 결국 심의위원들이 이 영화를 죽이는 것이다.

[뉴스토피아 = 변성진 기자 / bsj@newstopia.co.kr]

 


-->
  •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문발로 203 사유와문장 2층
  • 대표전화 : 02-562-0430
  • 팩스 : 02-780-4587
  • 구독신청 : 02-780-4581
  • 사업자등록번호 : 107-88-16311
  • 뉴스토피아 / 주식회사 디와이미디어그룹
  • 등록번호 : 서울 다 09795
  • 등록일 : 2013-12-26
  • 발행인 : 정대윤
  • 편집인 : 남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남희영
  • 뉴스토피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토피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press@newstopi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