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 김영식 기자] 지난 26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7개 국내 평화단체들은 제2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의 평화권 선언 초안에 대한 서면의견서(written statement)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들은 국제사회의 평화권 선언 초안이 보다 광범위하게 논의되기를 바라며, 평화권 선언에 군사기지 문제와 안보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선 평화단체들은 평화권 선언 초안에 군사기지 문제가 충분하게 언급되지 않은 것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과 아시아 여러 지역이 미군기지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왔음을 상기할 때 기지의 건설과 운영에 있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주적 의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평화권의 한 영역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보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 그 중에서도 평화에 대한 정보 접근권과 비판의 자유가 평화권 실현에 있어서 핵심적 영역이란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국가보안법 등으로 안보 관련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평화권 신장을 통하여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평화권 선언 초안 제5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평화권의 핵심적 권리로서 인정된 것에 대해 큰 동의를 표시하고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이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데에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유엔에서는 평화권 선언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자문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요청으로 2010년부터 각국 정부, 시민사회, 학계 그리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평화권 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평화권 관련 정부 간 실무그룹은 2013년 2월 18일~21일 제네바에서 평화권 선언문 초안을 검토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2013년 10~11월에는 각국 대표들과 시민사회가 평화권 선언에 들어가야 할 요소들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갖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작업을 진행했다.
국제사회에서의 평화권 논의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유엔은 1984년 11월 12일 유엔 총회 결의안 39/11에서 ‘지구상의 사람들이 신성한 평화권을 가지고 있음'을 명시했으며 2010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최종 채택된 평화권 증진에 대한 결의안 14/3에서는 평화가 인권 증진의 필수적인 조건이며 그 자체가 권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결의안에 대해 브라질, 칠레, 중국, 러시아 등은 찬성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영국 등의 국가들은 반대했다.
평화권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서도 이어져왔다. 1998년 한국 광주에서 채택된 아시아 인권선언이 평화권을 아시아 민중의 권리로 분명하게 선언하였으며, 2000년대 이후 한국의 평화인권운동은 군사기지와 군사훈련에 반대하며 평화권을 주장해 왔다. 그 결과 2006년 한국 헌법재판소는 평화권을 “침략전쟁에 강제되지 않고 평화적 생존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 정의하며 규범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놓기도 하였다. 연장선상에서 한국시민사회는 지난 2013년 2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에 강정, 대추리, 애기봉 접경지역 주민들의 ‘잘못된 안보갈등과 긴장에 의해 피해를 입은 3개 지역 공동 주민 평화권 선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 평화단체들은 유엔이 평화권을 인권으로 선언해 평화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한 단계 진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안전에 대한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인간안보가 평화권의 중요한 내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의 평화권 논의가 더욱 활발히 촉발되어 주민들이 안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인권인 평화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참여연대)
[뉴스토피아 = 김영식 기자 / kys@news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