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피아 남희영 기자]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린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첫 직접 기소 사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박모 변호사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는 피고인들의 금전 거래가 뇌물이라는 주장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김 전 검사가 박씨에게 수사상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오랜 시간 친분을 유지했으며 이 사건 외에도 여러 차례 금전 거래가 있었다"며 “개인적 친분관계로 술을 자주 마셨고 김형준의 카드 내역이나 진술에 의하면 박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술값을 계산해 향응을 제공한 것이라기보다, 김형준도 박 변호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사이의 금전 거래는 통상의 뇌물 거래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에게 1000만원을 변제했다고도 판단했다. 돈을 갚기 직전 김 전 부장검사가 계좌에서 금액을 인출했고, 이후 현금으로 다시 계좌입금 한 기록이 없는 점과 만난 장소에서 차량 출입 시간대가 유사한 점 등이 고려됐다.
선고 직후 김 전 부장검사 측 변호인은 "정치적 대상과 조직 논리에 따라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수처는 즉시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으로 재직하며 검사 출신의 박 변호사에게 수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1000만원 가량 뇌물을 수수하고, 93만원 5000원 상당 향응을 접대받은 혐의를 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당시 박 변호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배당받았다.
검찰은 당초 이 사건의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김모씨가 2019년 11월 박 변호사의 뇌물 의혹을 고발하며 수사가 재개됐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지난 3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 신설 이후 1호 기소 사건이며 73년 만에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깬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