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고천주 기자]미국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거센 반발 속 대만 방문 일정을 마치고 3일 밤 9시26분쯤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내한했다. 하지만 이날 이 장소에 우리 정부 측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외교상 결례 지적도 나온다.
펠로시 의장 일행은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 머문 후 4일 공식 방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미국 하원의장 방한은 2002년 데니스 해스터스 당시 의장 이후 20년 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호텔에 입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할 예정이다. 양국 의장은 국회 접견실에서 북한 문제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 기후위기 등 현안에 대해 약 50분간 회담한 뒤 공동 언론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향해 자제와 경고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순방 일정이 예정대로 순조롭게 마무리되길 바란다”며 “하원의장의 방한을 환영하며 한미 양국 국회의장 협의를 통해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 고위급 인사들과의 별도 면담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방한했는데도 만나지 않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결정에는 휴가라는 표면상 이유 외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 고려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예방하고, 입법원(의회)을 찾아 차이치창 부원장(국회부의장 격)을 면담했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마크 류(류더인) 회장과의 화상회의를 갖고 반도체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후 방한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순방지인 일본으로 향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1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대만·한국·일본까지 아시아 5개국 순방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