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고천주 기자]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미국-유럽 등 서방국과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지난 7일 화상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 만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과 러 크렘린은 이날 오후 3시 35분(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31일 오전 5시 35분)부터 오후 4시 25분까지 50분간 통화했다고 이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이 결단력 있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향후 행동에 따라 긴장 완화의 길을 갈지, 경제적 대가와 함께 나토군이 증강될지 결정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금지 등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 크렘린궁 외교담당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대러 제재는 중대한 결과를 수반하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 말했다”며 “미러 관계의 완전한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토군의) 공격용 무기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 배치되면 러시아도 상응하는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안보보장을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로 보장하라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A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앞서 제시한 안보보장 문서 초안에는 나토가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군사 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정상의 이번 통화가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협상의 모멘텀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초 진행될 전략적 안정성 대화 등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고, 우샤코프 보좌관도 “푸틴 대통령이 회담 결과에 흡족(pleased) 해 했다”고 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양 정상간 통화에 이어 내년 1월 중순부터 미러 안보보장 협상, 러시아-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간 협상, 러시아-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협상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선 내년 1월 10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한보보장 협상에는 미국에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이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