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미국이 1980년 당시 12·12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을 몰아내려는 '역쿠데타' 모의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수했지만, ‘군 내부의 분열이 12·12사태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했다는 사실이 미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미국 정부에 관련 동향을 전한 건 이범준 중장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됐다.
16일 외교부는 미국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최근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미국 정부의 비밀 해제 문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로 보낸 1980년 2월 1일자 206쪽 분량의 전문에 나오는 내용으로, 전문에서 미 대사관은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으로부터 12·12 사태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도 류병헌 합참의장한테서 ‘군 내 추가적 소요의 조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범준 장군은 당시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된다. 최용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1과장은 "제보자 신원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범준 당시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되는데 이미 돌아가셔서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중장은 육사 8기로 전두환보다 3기수 선배다. 이 중장은 1980년 2월 예편한 뒤 해운항만청장에 기용됐고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해 11·12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교통부 장관과 한국조폐공사 이사장을 역임했다.
당시 미대사관은 이 장군에게 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침묵을 역쿠데타에 대한 묵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는 12월 12일 군 권력을 장악한 지휘관들이 입지를 더 강화하거나 민간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다른 장교들이 12월 12일 일어날 일을 되돌리려고 시도하는 것도 똑같이 위험하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이 장군에게 전달하겠다고 국무부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전두환을 몰아내려는 군 내 움직임을 사실상 막으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새로 해제된 비밀문서는 206쪽 분량으로 16일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문서들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인계돼 기록관 웹사이트에도 공개된다. 다만, 공개된 문서에는 5.18 당시 누가 광주시민에 발포를 명령했는지 등 군사작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없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