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인옥 기자]정부가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는 대신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인공 임신중절)를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낙태죄 자체의 처벌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계는 정부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7일 오전 낙태 허용 시기를 임신 14주로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헌재가 지난해 4월 임신중단 처벌 조항이 담긴 형법 제269조·제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입법예고가 되는 날부터 40일 이상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
앞서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태아가 엄마의 몸을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최소 기간이 약 임신 22주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낙태죄 처벌은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2가지 법률을 근거로 한다. 형법 269조 1항과 270조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과 수술한 의사를 각각 1년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모자보건법은 낙태에 대한 예외적 허용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입법예고안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부의 임신 중단을 처벌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임신 14주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기간이다. 다만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 등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한편, 낙태죄를 존속시키면서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정부안에 대해 여성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14주 이내에서만 낙태를 허용해, 사실상 사문화된 형법상 낙태죄 조항을 부활시켰다는 비판이다.
앞서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 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지 말고 아예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