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고천주 기자] 주당 500달러에 육박하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8일(현지시간) 20% 넘게 폭락하며 30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하루 만에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가치(지난 8일 기준)가 약 1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날 미 뉴욕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는 종가 기준 전날 대비 21.06% 급락한 330.21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31일에 전거래일 대비 13% 폭등하며 498.32달러를 기록했으나 5거래일 만에 무려 33.74%나 폭락했다.
지난 4일 장 마감 후 테슬라는 S&P500지수 편입에 실패하면서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수 편입을 염두에 두고 사들이던 기관들이 물량을 쏟아냈다. 또 소프트뱅크가 40억달러의 콜옵션을 사들여 미국 기술주 주가를 부양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시장 심리를 흔들었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대형주 급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애플(-6.73%) 아마존(-4.39%) 페이스북(-4.09%) 구글(-3.64%) 등도 떨어졌다.
여기에 테슬라의 경쟁사인 니콜라의 지분 11%를 제너럴모터스(GM)가 2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도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보유 금액은 38억7857만달러(4조6171억원)에 달한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7월 이후 순매수한 테슬라 주식은 15억6424만달러(1조8594억원)어치로 올해 1~6월 4억7011만달러(5588억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중 8억1천683만달러(9천724억원)가 8일 하루에 날아갔다. 한국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상위 5개 종목(테슬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에서 이날 사라진 평가금액은 1조3621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투자자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과 경기 펀더멘털을 신경쓰지 않고 자산을 매수하는 투기심리에 기반해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최근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미 증시의 급락으로 일부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차익 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에 대한 제재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중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도 향후 증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