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접경지역인 강원도 철원군에 엿새간 670㎜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한탄강이 범람해 민통선 인근 4개 마을 7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철원군에 따르면 5일 오후 한탄강 범람으로 동송읍 이길리와 갈말읍 정연리 마을이 침수됐다. 이에 철원군은 주민들을 인근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시켰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은 인근 산과 건물 옥상 등 고지대로 대피했다. 정연리에 주둔하고 있는 군장병도 안전지대로 긴급 이동했다. 이길리와 정연리에 사는 주민은 202세대 373명에 이른다.
이길리 김종연(54) 이장은 “오후 1시쯤 물이 조금씩 넘치기 시작하더니 2~3시간 지난 뒤에는 둑이 아예 터져버린 것 같다”며 “마을에 어른 허리만큼 물이 차오른 상황이며 100여명의 주민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민통선 안에 있는 이길리와 정연리는 1996년에도 폭우 탓에 141가구가 침수돼 17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 3년 뒤인 1999년에도 141가구가 물에 잠겨 100억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배수 펌프장 건립과 교량정비 등 수해 예방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번 물 폭탄에 또다시 물바다가 됐다.
민통선 밖인 갈말읍 동막리와 김화읍 생창리 마을 전체도 침수돼 주민 380여명이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앞서 철원군은 범람 위기의 지역인 동송읍 이길리, 철원읍 갈마리, 갈말읍 동막리, 김화읍 생창리 등 주민들에게 주민대피를 알리는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철원읍 대마리 용강천 저지대 주민들에게도 하천 범람을 우려 대피를 권고하는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철원군 관계자는 “철원지역에 비가 많이 온 데다 한탄강 상류인 북한 쪽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한탄강이 넘쳤다. 소방당국과 협력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직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1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철원 장흥이 670㎜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