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의 기억법
차례상의 기억법
  • 정인옥 기자
  • 승인 2017.10.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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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더냐?’...‘남의 집’ 제사 지내는 딸들은 통증
 

[뉴스토피아 = 정인옥 기자] 차례상에 대한 생각…‘정성 VS 고생’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 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인 가을. 1년 중 가장 풍족한 한가위는 추석명절로 속담에도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도 있다. 곧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秋夕)이다. 추석 은 차례를 지내는 전통일까? 아니면 그냥 ‘빨간날’일까?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아침 일찍 차례를 지 내고 차례 음식으로 온 가족이 음복(飮福)라 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했다. 또한 상징적 의미가 담긴 차례 음식들은 5 열로 두동미서(頭東尾西), 반서갱동(飯西羹 東), 어동육서(魚東肉西), 좌포우혜(左脯右 醯),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 西) 등의 원칙을 지켜 올려진다. 

 

정성을 듬뿍 담아 준비하는 올해 추석 차례 상 구매비용이 작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1일 올해 추석 차례상 구입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 시장은 21만7천 원, 대형유통업체는 30만9 천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밥상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갈수록 명절 차례상이 간소해진다. 명절날만큼은 많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 다. 
실제로 명절이 되더라도 모든 가족이 모이 기도 쉽지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식, 손자손녀들까지 수십명이 북적거리던 추석 이나 설날 풍경은 보기 힘들어졌다. 제사 음식을 나눠 먹고 보자기에 싸서 자식 들에게 나눠줄 만큼 넉넉한 음식도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똑똑한 아이들에게 죽은 조상의 영혼이 밥 을 먹고 간다고 믿게 하는 것도 아무래도 무 리가 있다. 언젠가는 차례상을 차리는 일이 무형의 전 통으로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명절 증후군 앓이...한가위 의미가 바뀐다 
상인들에게는 ‘대목’이지만, 제사 음식을 준 비하는 주부들과 교통체증으로 운전자들의 허리도 휜다. 제사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미리 고향 이나 부모님의 집을 방문해야 하며 늦게 참 여하는 가족들은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 이러한 불편함에 간혹 종교적인 문제까지 더해지면 갈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조선 시대 유교 질서가 국가적으로 확립된 명절 차례상은 상류층 양반들의 권력과 부 의 상징이기도 했다. 유교적 전통 풍습이자 양반의 상징이었던 명절 차례 문화는 개인의 행복과는 전혀 상 관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딸들 은 ‘내 조상’이 아닌 ‘남편 조상’을 위해 희생 해왔다. 남녀차별이 심했던 유교 사상의 전통인 만 큼 여성들의 전유물인 명절 제사 준비는 현 대의 문화와도 맞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며느리는 음식을 잘하 거나 돈 봉투라도 두둑하게 내밀어야만 인 정을 받는 분위기다.
또한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 비혼자들은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 많 다. 혼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독거인들도 우울하기만 하다.
명절이후에 이혼하는 부부가 증가한다는 통계도 해마다 나온다. 꼭 명절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만큼 불씨를 키우는 데는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 이다. 이제 자식들의 직업과 가족의 형태도 다양 화됐다. 주도적으로 음식을 장만하던 며느 리들도 양육과 맞벌이로 바빠졌다.
시대마다 ‘한가위’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명절’은 조상님을 핑계로 모인 가족의 만남이어야 한다는 것 이다. 추석 즈음, 달력의 빨간 글씨는 영원히 사라 지지 않기를 바란다.


[뉴스토피아 = 정인옥 기자 / jung@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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