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이 된 ‘스크린도어’
‘죽음의 문’이 된 ‘스크린도어’
  • 정대윤 기자
  • 승인 2016.05.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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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아끼려다 사람을 죽였다!
▲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앞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의 친구 박영민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뉴스토피아 = 정대윤 기자] 2008년 10월 28일 밤 11시24분께 50대 여성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출발하는 지하철 측면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머리가 끼어 숨졌다. 이날 밤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서 김모씨(50·여)가 하차한 뒤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출발하는 열차 측면과 충돌하면서 약 30㎝ 간격의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머리가 끌려들어가 두부 함몰 골절로 사망했다. 당시 스크린도어는 공사 중이어서 개방돼 있는 상태였다.

지난 2009년 6월 25일 11시10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길동역 승강장에서 A씨(42)가 진입중인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A씨는 몸이 끼인 채 5분여 동안 갇혀있다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가 난 역의 스크린도어는 설치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문이 열려 있었고, 열차가 완전히 정차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로에 다가갔다가 전동차와 부딪히며 몸이 끌려들어갔다.

2012년 12월 지하철 2호선 용두역에서 지체장애자 최모(62·여)씨가 전동식 휠체어를 탄 채 성수행 열차에 오르다가 스크린도어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기관사는 스크린도어 작동 이상으로 열차 문이 닫히지 않자 강제로 문을 닫아 출발했고 이 때문에 최씨는 선로로 떨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2013년 1월 19일 오후2시30분께에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심모(38)씨가 스크린도어 작업 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전동차에 머리를 부딪쳐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2인1조 정비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비정규직노동자의 책임으로 마무리 됐다.

2014년 4월 22일 오전 3시10분께 지하철 1호선 독산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던 노모(26)씨가 작업용 열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노씨는 열차 운행 시간이 끝난 야간에 스크린도어 설치 작업을 하다가 코레일 소속 직원이 몰던 작업 열차에 치여 머리를 크게 다쳤다.

2014년 9월 25일 오전 9시 52분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총신대입구역에서는 당고개행 전동차를 타려던 이모(82·여) 씨가 전동차 문에 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씨는 승강장 2-2 홈에서 문이 닫히는 중이던 전동차에 탑승하려고 지팡이를 전동차 출입문에 끼워 넣었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고 열차가 출발하자 지팡이를 잡고 있다가 끌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승강장의 안전을 확인하는 차장은 스크린도어가 열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점검 중인 것으로 판단, 기관사에 출발 신호를 보냈다.

2015년 8월 29일 오후 7시25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서울대입구역 방향 승강장에서 20대 남성 1명이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틈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남성은 지하철 시설 외주 정비업체 소속 조모(28)씨로, 이날 오후 6시41분께 강남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받고 오후 7시20분께 현장에 도착해 정비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를 당했다. 당시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통상 지하철 운영시간에는 스크린도어 안쪽 정비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6년 2월 3일 오전 9시께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설모(81·여)씨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설씨는 송탄발 광운대행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가방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빼내려던 도중 지하철이 출발해 끌려가다가 스크린도어에 부딪혀 사망했다. 당시 기관사와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철도대학 학생은 "전동차 문에 물체가 끼면 기관실 모니터 등에 경고 표시등이 켜지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016년 5월 28일 토요일 오후 5시 57분경,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세의 비정규직 어린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야 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관리업체 직원 김 모 씨가 고장 신고를 받고 혼자서 수리를 하다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20m 가량을 끌려갔고,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단순한 ‘안전규정 미준수’ 사고로 다뤄졌던 김 씨 사망사고가 전 국민의 눈길을 끌게 된 것은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었다. 각종 공구와 함께 놓인 ‘육개장 사발면’과 나무젓가락, 이른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바쁜 업무에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그의 사연에 국민들은 가슴아파한다. 스크린 도어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자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은 “지하철 안전운행에 방해된다”며 직원들을 동원해 제거했다고 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오는 2017년까지 수도권 광역철도의 모든 역에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설치키로 했다. ‘스크핀도어’는 지하철 승강장에서의 추락사고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안전관리 규정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러한 사고는 또 발생될 수 있다.

31일 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 ‘만남의 광장’에는 숨진 김모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추모공간의 한 쪽 벽 게시판에는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메시지와 고인을 기억하기위한 꽃다발과 케익, 빵 등이 놓여있다. 이날 오전에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규명과 대책촉구’ 기자회견이 열렸으며, 청년세대 현실의 어두운 단면이 낸 이번 사고의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장신고가 곳곳에서 연이어 접수되는 상황에서 적은 인원으로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선 실제 작업현장에서 매뉴얼 중 하나인 ‘2인 1조’ 규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작업자들의 증언이다. 시민의 안전 문제가 걸린 ‘스크린도어’. 이번 사고의 문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외주화, 최저가입찰, 하청, 재하청 등 용역업체와 관리감독을 게을리 한 서울메트로의 구조적 시스템의 악순환이었다.


[뉴스토피아 = 정대윤 기자 / nwtopia@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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