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교수, '총장직선제' 요구하며 투신…"대학내 민주화 이뤄야"
부산대 교수, '총장직선제' 요구하며 투신…"대학내 민주화 이뤄야"
  • 김유위 기자
  • 승인 2015.08.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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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대학의 민주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안민석 의원이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투신한 교수의 유서를 보여주며 애도를 표했다. ⓒ뉴스토피아

[뉴스토피아 = 김유위 기자] 지난 17일 오후 3시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있는 부산대학교 본관 4층에서 현직 교수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며 투신했다.

부산대학교 국문과 고모(54)씨는 투신 직전 "총장직선제 이행 약속을 지켜라"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산대에서는 총장을 어떤 방법으로 선출할 것인지, 대학 본부와 대학교수회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있었다. 그동안 국립대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해왔었는데, 지난 2012년 교육부에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가운데 하나인 '교육역량 강화사업 평가지표'를 발표하면서 갈등이 생겨났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선진화 방안에는 총장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자는 '총장직선제 폐지' 항목이 담겨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총장을 직선제로 뽑다보면 총장으로 선출되기 위해 세력을 만드는 등 총장이 '정치인'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간선제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총장직선제를 강요할 수 없기에, 교육부는 대학 측에서 간선제를 실시하면 교수 인원할당제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거나 지원금을 더 주는 등의 간선제 유도를 은근히 유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고 교수가 속한 부산대 교수회는 총장직선제에 계속해서 반대하고 학교 측과 계속해서 논의를 벌여왔으나, 학교 측이 총장직선제 시행 약속을 번복하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해왔다.

한편, 부산대 총장은 '총장직선제' 반대 투신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다음은 부산대 고 교수의 유서 전문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드디어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여러 국·공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란 점이다.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무뎌 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학에서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오직 총장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이며 국·공립대를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부산대학교가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이런 참담한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사를 봐도 부산대학교는 그런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장직선제 수호를 위해서 여러 교수가 농성 등 많은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교수 총투표를 통해 총장직선제에 대한 뜻이 여러 차례, 갈수록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무뎌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내 절대권력을 가진 총장은 일종의 독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수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이 들어갔고, 오늘 12일째이다. 그런데도 휴가를 떠났다 돌아온 총장은 아무 반응이 없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충격요법밖에 없다. 메일을 통해 전체 교수들에게 그 뜻을 전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교수끼리 보는 방법으로 이미 전체 교수 투표를 통해 확인한 바 있는 상황에서 별 소용이 없다. 늘 그랬다. 사회 민주화를 위해 시국선언 등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나도 그동안 이를 위해 시국선언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지만, 개선된 것을 보고 듣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8·90년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방식으로 유인물을 뿌리는 게 보다 오히려 새롭게 관심을 끌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을 마다치 않은 지난날 민주화 투쟁의 방식이 충격요법으로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그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근래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나 자신 부끄러운 존재이지만. 그래도 그 희생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몫을 담당하겠다.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중요하고 그 역할을 부산대학교가 담당해야 하며,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걸 감당할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무뎌져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각성이 되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 나아가 사회의 민주화가 굳건해질 것이다.


[뉴스토피아 = 김유위 기자 / kyw@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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