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장그래는 비정규직 희망고문 2년 더 연장해달라고 한 적 없어요
청년의 삶을 외면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부쳐
‘장그래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윤곽이 드러나 이달 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 정책은 현행 2년까지 허용된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최장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삼고 있다.
- “아주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
지난 9월, 굴지의 경제단체에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숱한 폭력, 정규직 희망고문을 견뎌왔던 청년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후 한 달 만에 스스로의 삶을 저버리며 남긴 마지막 편지이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불안정·비정규 일자리를 양산하고,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청년의 삶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상시적인 업무에 대한 비정규·계약직 채용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정부에서 어처구니 없게도 비정규직 신분의 희망고문을 2년 더 연장한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비정규직 청년들은 24개월로 모자라 48개월을 꽉 채워 쓰이고 버려지게 될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를 더 쉽게 자를 수 있도록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파견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야말로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다.
한 청년의 삶이 있다. 레스토랑에서 하루 열 시간씩 서서 서빙과 설거지를 하고, 공장에서 기계와 혼연일체가 되어 반복노동을 하고, 하루하루의 생계가 막막해 만성적 우울함에 젖어있지만 매장에 나가서는 고객을 향해 항상 웃는 낯으로 물건을 팔아 온 삶이 있다. 땀 흘려 일한 돈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온 평범한 보통의 삶이 있다.
악착같이 살아낸 지난 10년 간 그의 통장에는 12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이 찍혀왔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에 순식간에 해고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내일의 삶을 걱정한다. 이는 2014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장그래들이 마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이다.
정부의 정책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삶을 향해 절박하게 나아가는 이 청년 노동자들에게 실체 있는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한편,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여 중소기업에서도 청년들이 가고 싶은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여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장하고, 실업급여를 포함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고용불안 상태의 위협을 줄여나가야 한다.
허나 정부가 제시해야 할 실질적인 대책은 오간 데 없고, 계약직 고용을 4년까지 늘리겠다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란 이름의 앙상하고 저열한 희망고문만이 남았다. 정부가 살리겠다고 호언한 장그래, 청년 노동자의 삶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리는 정부가 자행하는 희망고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 2015년도 경제정책과 비정규직 종합대책, 다시 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