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누르고 움츠릴수록 끔찍해지는 충동의 시대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상에서 휘청이는 현대인

2014-01-09     이애리 기자

세상은 지금 크고 작은 일들이 뒤엉켜 혼란과 혼돈에 빠져있다

‘경쟁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인들은 언제나 꼭대기를 향해 숨 막히게 달려간다. 그러다보니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습관적으로 행하는 ‘강제적 감정 억압’이 문제가 되어 심각한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곤 한다.

일반적으로 ‘현대병’이라 부르는 우울증, 조울증, 과대망상증, 폭식증, 거식증, 민감관계망상증(민감성격자, 즉 과민하거나 소심해서 상처받기 쉬운 성격 혹은 자존심이나 명예심이 강한 유형의 사람이 치욕적인 경험을 통해 서서히 반전되는 망상반응) 등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정한 감정 상태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데, 말이 좋아 ‘현대병’이지 사실상 전문의와 조속한 상담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 및 신경질환으로 분류된다.

세월이 흐른 만큼이나 문화의 형태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잔잔하고 은은한 감성적 코드가 주를 이뤘다면, 오늘에 와서는 폭력성과 선정성 등 색채가 강하고 액션이 과한, 그야말로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소재만이 소비자의 시선을 잡는다.
그러나 문제는, 가상 속으로 떠났던 여행에 대한 각인이 좀체 지워지지 않아 어떠한 계기로 가상과 현실을 동기화시키는 순간이다. 실제로 ‘직장 동료 살해’, ‘동급생 살해’, ‘가족 살해’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피살 소식은 문화적 소재가 현실에서 재현된 ‘모방 범죄’인 경우도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기도 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시각과 청각에 매우 예민하다. 또한 인간의 뇌는 기능적으로 너무나 똑똑하기 때문에 충격적이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이나 글 따위는 기억 속 깊이 잔존해 있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라는 하나의 생명체를 단숨에 집어삼킨다.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고 진보된 미래형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동전의 앞·뒷면, 혹은 양날검과도 같은 특성을 지니며 현재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감정 조절 무능력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때로는 긴박감으로 뒤덮인 회색 도시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북적대던 사람 냄새 가득한 아날로그형 시대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