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재벌 대기업이 고용의 질 악화 주범
고용형태 공시제 첫 발표에 대한 한국노총 입장
정부가 1일 상시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역시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직접고용 비율이 낮고, 소속 외 근로자 전체의 80%가 1000인 이상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1,0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그나마 직접고용 비율이 높았으나 상대적으로 기간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외주화 비율이 높고 300인 이상 1000인 이하 사업장은 기간제를 쓴다는 말이다. 결국 재벌 대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대거 활용함으로써 고용 형태 개선은 커녕 고용의 질을 악화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삼성중공업 등 상시 근로자가 5천인 이상인 중공업과 건설 대기업의 소속 외 노동자 비율이 60%를 넘고 있다. 중공업이나 건설 분야는 안전관련 산재사고에 특히 취약한 업종이다. 고용형태 공시가 있기 전에도 중공업과 건설업 등에서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을 외주화 한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공시결과를 통해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간접 고용 등 비정규직 활용률을 높임으로써 산재 사망과 사고의 직접 책임을 회피하고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만큼 외주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안전에 취약하고 임금도 적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의 소득양극화 문제가 왜 심각해 졌는지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노총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고용공시제도를 통해 300인 이상 기업의 고용실태가 일부나마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 제도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줄이는 제도로 안착되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보완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행 대상이 전면 확대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행 제도는 '소속 외 근로자'로 분류된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불분명하다. 사내하청, 파견, 시간제 등 구체적인 분류가 필요하다. 무기 계약직 내에서도 정규직과 임금 근로조건에 차이가 있는 이른바 '중규직'규모가 빠져 있다. 이에 대한 현황파악도 필요하다. 셋째, 법정 의무고용 대상인 장애인, 청년, 고령자 등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마지막으로 고용형태 개선 사업장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고 반대로 허위 또는 부실 공시 사업장에 대해서는 벌칙 조항을 두어 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되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향후 한국노총은 대기업의 고용형태 질 개선 및 고용공시제도의 보완을 위한 제도개선 투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